문재인 대통령은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일본 수출규제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고, 자국에 필요할 때는 자유무역주의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나라이므로 이번 일본의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며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까지 한 조치만으로도 양국 경제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경제 방향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점검하는 회의체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세 번째 전체회의다. 문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8개월 만이며 매년 연말에 회의를 주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 주재는 문 대통령이 보는 무역 보복 상황의 엄중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일방적인 무역 보복 조치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설령 이익이 있다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며 "이는 다른 주권국가 사법부의 판결을 경제문제와 연결한 것으로, 민주주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에도 위반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당장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대책부터 시작해 우리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 등 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보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까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8일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경제 각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한국을 예전 상태로 되돌리려고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부의장은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인 자유무역 질서에 빨리 편승함으로써 개발도상국 중 선진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그렇게 된 데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일부 도움이 된 게 사실이고, 당시 일본 당국자는 한일 간에 수직 분업체제를 만들고 그것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그 후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할 수 있었고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한국이 그렇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일본 당국자들 관점에서 볼 때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이 부의장 분석에 따르면 과거 경제적인 종속관계를 탈피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경계심과 위기감 탓에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자유무역에 반하는 비상식적인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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