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노재팬 확산에 취미활동도 눈치…기존 제품은 사용하되 새 제품 구매하지 않는 등으로 동참

프라모델 피규어 구매, 게임기, 카메라 대체제 없어…"취미활동 접어야 하나" 온라인 갑론을박도 벌어져

한 수집가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피규어를 진열장에 진열하고 있다. 독자제공.
한 수집가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피규어를 진열장에 진열하고 있다. 독자제공.

직장인 A(32) 씨는 최근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한정판 피규어 구매를 취소했다. 해외직구로 출시까지 몇 달간 기다렸던 상품이지만 최근 반일감정 확산과 일본상품 불매운동 여파 탓에 구매 취소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던 것.

만화 주인공들의 피규어를 모으는 게 취미라는 A씨는 "일본에 여행 가서 피규어를 구매하기도 하고, 온라인 카페 등에서도 서로 모은 피규어를 소개하면서 자랑하기도 했는데 당분간은 카페 활동도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일감정 악화로 일명 '노노재팬(일본상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반 취미활동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피규어나 프라모델 같은 일본의 완구류를 비롯해 카메라, 게임기 등이 대상이다.

특히 사진 동호인들은 카메라 본체부터 렌즈 등 대부분이 일본제품이어서 반일감정이 확산하고 있는 요즘 카메라를 꺼내 들기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한 동호인은 "동호회 내부에서도 카메라, 렌즈, 필터까지 일본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이 대다수지만 불매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라며 "새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고 했다.

대구 중구의 한 프라모델숍 관계자는 "프라모델과 피규어가 장식된 모습을 구경하러 들어오는 손님은 물론이고 일본 직수입을 주문하는 일부 마니아 고객들도 매장을 찾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게임기와 게임 타이틀의 경우도 대체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 많아 그동안 취미로 게임을 즐겨온 사람들이 '눈칫밥'을 먹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 것처럼 취미활동을 아예 접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취미활동을 포기해야 할 정도까지 개인의 자유를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

이성환 계명대 교수(일본학 전공)는 "이미 일본 문화는 우리나라에 깊숙이 자리 잡은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큰 틀에서 불매운동의 맥락을 짚는 것"이라며 "취미활동은 개인의 자유인만큼 이런 부분까지 강요한다면 불매운동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우리가 목적한 바를 이뤄나가려면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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