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척추관절 클리닉] 슬픈 로보트 태권 V

수십년 전, 우리가 지금처럼 비교적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없을 때 나는 초등학교를 다녔다. 당시에는 TV가 거의 유일무이한 즐길수 있는 전자제품이었다. 전자오락실이라는 곳을 가서 흑백 모니터를 보며 전자오락을 하는게 누려볼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고, 흑백 모니터에 색 셀로판지를 덧댄 모니터가 칼라 모니터인줄 알고 그런 모니터가 있는 오락실을 찾아 다녔던 기억도 난다.

이런 시절 나에게 꿈을 꾸게 해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준 사건중 하나가 '로보트 태권V'를 외갓집에서 만난 일이었다. TV로 보는것도 모자라 전축에 만화영화 LP판을 걸어놓고 혼자 온갖 상상을 하며 듣기도 했던 어린시절이 불현듯 떠오른다.

정형외과 전문의로 인공관절 수술을 약 15년 이상 6천건 이상 집도하면서 간혹 듣곤했던 오해 중 하나가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나면 환자가 태권V처럼 천하무적이 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다. 인공관절 수술은 기본적으로 관절의 기능이 많이 망가져 회복이 어려운 경우 기능을 일정부분 회복시키고 통증 등을 없애줄 목적으로 선택하는 수술이다. 천하무적 태권V를 만들어 전혀 불편함 없고 환자 본인 전성기의 관절이상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수술은 아니다.

이 인공관절수술의 역사는 꽤 길다. 19세기말 즈음 근육, 근막, 피부, 지방 등 여러조직을 고관절(엉덩이관절)에 삽입하여 가동성 관절을 만드는 개재 관절성형술이 그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인공물질을 인체에 삽입하여 관절 대용물로 사용한 것은 1938년 스미스 피터슨이 신소재인 코발트-크롬 합금을 이용하여 고관절 관절 성형술을 시행한 것이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1950년대에 접어들어 현대의 인공관절 형태로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처음 실시했고, 좋은 결과 보고가 나왔다. 이후 많은 정형외과 의사들이 인공관절 치환물을 삽입하는 방식이나 그 재료 등을 연구하여 현재까지 왔으며 인공관절의 설계와 디자인 및 표면처리 방식도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져 왔다.

또, 이런 노력과 첨단 과학의 발달로 인하여 수술 후 가장 관심이 가는것 중 하나인 인공관절의 수명도 많이 늘어나고 생활의 불편함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 관절이 되는 것은 아니며 신소재의 개발로 인공관절의 마모를 최소화할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공관절수명이 영구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관절 보존술식이 가능하다면 이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수술 받으시는 모든 분들이 로보트 태권V같은 천하무적의 관절을 가지시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까?

우동화 대구 올곧은병원 원장
우동화 대구 올곧은병원 원장

로보트 태권V도 나이가 들면서 어려운 논리의 표적이 된 적이 있었다. 바로 이웃나라의 로봇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위풍당당한 나의 태권V가 한없이 초라해졌고 죄인이 되어 버렸다. 흑백 모니터에 색 셀로판지를 덧댄 것이 칼라 TV인줄 알았던 수준에서 우리나라 로봇이 전 세계 평화를 이끌수 있다는 그 사실 아닌 사실이 더 중요했었다. 그 흑백 모니터를 기반으로 노력과 희생의 댓가로 전 세계 어디를 가봐도 볼 수 있는 우리나라 TV나 모니터가 한없이 자랑스럽다.

이웃나라의 로봇을 표절해서 만들었다는 태권V지만 표절에서 혁신과 혁신을 더하여 그 깡통보다 더 강한 태권V를 만들었다는 것이 더 중요한 듯하다. 나에게 그리고 그시절 동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로보트 태권V가 있었기에 우리는 행복했었다.
우동화 대구 올곧은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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