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임캡슐]가마니 짜기 대회

농가에서 버릴 것 없던 짚, 가마니 짜기 대회까지 열렸던 그때

1960년대 열린 가마니 짜기 대회 장면. 가마니틀 한 대에 두 사람씩 앉아 가마니를 만들고 있다. 매일신문DB.
1960년대 열린 가마니 짜기 대회 장면. 가마니틀 한 대에 두 사람씩 앉아 가마니를 만들고 있다. 매일신문DB.

벼는 자원이었다. 주식인 쌀을 털어내 추수를 마친 뒤 남은 볏짚은 용처가 많았다. 우선 식물 본연의 역할인 식량이었다. 소죽을 끓이는 재료였다. 가마솥 가득 마른 볏단을 뭉텅뭉텅 잘라 넣고 끓는 물에 삶는다. 겨울철 요긴하게 쓰인 가축 사료였다. 말린 채소를 끓여 먹는 건 사람도 예외 없다. 겨울철 즐겨먹는 시래기가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린 뒤 삶아 먹는 것이니까.

짚은 생활용기 재료가 됐다. 달걀을 담는 데 쓰였고, 생선을 꿰는 끈이 됐다. 쌀을 담는 큰 용기, 가마니를 짤 때도 짚을 썼다. 사진은 1960년대의 가마니 짜기 대회 장면이다. 가마니는 1970년대까지도 농가의 필수품이었다. 짚으로 가재도구를 잘 만들수록 유능한 일꾼으로 인정받았다.

가마니 짜기 대회는 2인 1조다. 짚으로 새끼를 꼬아 가마니틀에 매어놓고 두 사람이 가마니를 짠다. 장정들은 평소 가마니틀을 사랑방이나 헛간에 두고 밤새 짰다. 단순 작업처럼 보이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 '달인'에 출연할 법한 장인에 가까운 기예였다. 짚을 손바닥 안에서 넣나 싶더니 어느새 말아서 엮어 툭 내놓는다. 가위로 암만 잘라도 잘리지 않을 만큼 탱탱하게 잘 꼬인 끈이다.

가마니 짜는 작업은 농사도구 및 가재도구 제작이라는 기본 목적 외에도 겨울철 농한기 마을 공동체의 대소사 논의 창구 기능을 했다. 누가 결혼 적령기를 맞았는지, 어느 집에 일손이 부족한지 소식을 한데 모여 나눴다.

겨울밤에 땀날 만큼 일하노라면 포상처럼 '야참'이 들어왔다. 구수하게 익은 고구마가 동치미국물의 새콤달콤한 풍미와 어울렸다. 일하며 먹던 야식은 '제로칼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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