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어제 국내 5대 그룹 경영진과 회동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내리자 김 실장이 직접 5대 그룹 경영진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회동이 성사됐다. 청와대가 주최한 5대 그룹 회동이 지난달 23일 이후 16일 만에 다시 이뤄진 것을 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기업인들을 청와대가 툭하면 호출해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 기업인들을 동원한 회의·행사를 자주 갖고 있다. 반(反)기업 정책에 열을 올리며 기업인들을 옥죈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기업인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일 정부 간 다툼으로 애꿎게 위기에 처한 기업인들을 들러리 세우면서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 등 기업인들을 앞세운 회의·행사들이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작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기업인들이 궁금해하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정부 뒷받침은 허술하다. 일본 수출규제 관련 설명회에서 기업인들은 "우리가 수입해 온 일본 제품이 수출규제에 해당하느냐"를 물었지만 정부 관계자는 "가장 정확한 건 일본 수출업자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 수출 업체도 모르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규제 품목인지 알 수 있느냐"는 물음엔 "그럼 일단 (수입) 신청을 해보고 결과를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기업인들은 실소를 터뜨렸고, 국민은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는 정경(政經) 분리, 두 갈래 전략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게 순리다. 한·일 간 또는 다자 간 외교로 풀어야 할 사안인 데도 기업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는 문제 해결은커녕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한·일 정부 간 정치 문제로 촉발된 사태로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는 기업인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라 가라며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들러리를 세우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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