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로 한일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지만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전례 없는 한류붐이 일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일 관계의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도쿄 신오쿠보의 코리아타운에 매일 중고생과 20대 젊은이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며 중학 2년생 모에카(14) 양이 "내 주변에는 한국 화장품과 아이돌 붐이 일고 있다"며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스타일 핫도그(치즈독)를 손에 든 채 말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TT 종합연구소'가 동일본과 서일본 지역 여고생 246명을 설문한 결과도 소개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유행 순위 2위에 오른 것이 한국에서 생겨난 '치즈독'이었다. 선호하는 명소를 묻는 말에는 동쪽에선 코리아타운이 있는 신오쿠보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하라주쿠와 디즈니랜드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고, 서쪽 지역에선 '한국' 자체가 3위에 랭크됐다.
한류 붐의 3개 축은 K-POP, 화장품, 음식이라고 꼽았다. K-POP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3일 일본에서 내놓은 10번째 싱글 앨범 '라이츠/보이 위드 러브'(Lights/Boy With Luv)는 발매 첫 주에 62만1천장이나 팔려나가면서 주간 합산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일본 젊은 여성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2008년 118억엔 수준이던 한국 화장품류 수입액은 2018년 365억엔으로 10년 새 3배 규모로 늘었다. 마이니치는 한국 물건이나 문화가 일회성이 아니라 일본인의 일상생활에 침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니치는 2003년 무렵 드라마 '겨울연가'로 촉발된 제1차 한류 붐과 2010년 전후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등 한국 아이돌그룹의 일본 진출로 시작된 제2차 한류 붐에 이은 이번 3차 한류 붐의 특징으로 아이돌, 패션,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니치는 또 일본인들의 한국 선호에 대한 세대 차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10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률은 60~69세가 31.3%, 70세 이상은 28.1%에 그쳤으나 18~29세는 57.4%에 달해 세대 간 인식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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