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불나면, 대피 먼저!

정해모 대구 서부소방서장

정해모 대구 서부소방서장.
정해모 대구 서부소방서장.

지난 6일 경기도 안성시 종이 상자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은 얼굴과 양팔에 화상을 입었다. 숨진 소방관은 평일 오후 시간대에 발생한 화재라 건물 안에 근로자들이 있으리라 판단하고 내부로 진입하던 중 갑작스러운 폭발로 화를 입었다.

앞서 지난 2일 새벽에는 대구 강서소방서 한 소방관이 잠을 자다 '불이야' 소리에 집에 있던 소화기 2대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불난 곳은 1층 음식점이었지만 3층은 주거 공간이었기에 초기 진화를 못 할 경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소방관은 주민의 도움으로 10개가 넘는 소화기를 사용하고 나서야 불길을 잡았다.

이처럼 소방관들은 불이 나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간다. 하지만 시민은 무엇을 먼저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소화기를 집어든다거나 119에 신고하기, '불이야'라고 주위에 알리는 것이 먼저일까?

아니다. 불이 나면 먼저 대피해야 한다. 우선 본인이 안전한 곳으로 피한 뒤 119에 신고하자. 대피할 때는 불이 난 사실을 주위에 알리며 현관문을 닫고 불길과 연기 등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구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2016년 1천739건, 2017년 1천612건, 2018년 1천440건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화재 안전에 대한 시민의 인식과 소방관들이 화재예방에 헌신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재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 인명 피해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최근 3년간 인명 피해는 2016년 94명에서 2017년 69명으로 줄어드는 듯했으나, 지난해 84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를 비교해 보면, 화재 건수는 829건에서 올해 727건으로 102건 감소했으나 인명 피해는 52건에서 60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이처럼 사상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급격한 연소 확대와 복잡한 건물구조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과거보다 짧아져 질식에 의한 인명 피해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지어진 건물에는 다양한 건축자재를 사용하고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불꽃과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빠르게 확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눈앞에 불이 나는 것을 보고 어떻게 불을 끄지 않고 대피만 할 수 있겠는가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소방관이 아닌 일반 시민이 침착하게 대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물론 화재 현장에 여러 명이 있어서 임무를 나누어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119에 신고하면서 소화기로 불을 끄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긴박한 재난현장은 이런 교과서적인 상황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다만 가득한 불길과 연기로 대피가 어려울 때는 신고를 하거나 완강기 등 피난기구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한 곳에 대피했다고 해서 119 신고 이후 불을 끄려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행동은 자제하고 화재 진압은 소방대원에게 맡겨두자. 화재 초기라 할지라도 불꽃 주위에 어떤 가연물이 있는지에 따라 초 단위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당신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다시 한 번 기억하자. 불나면, 대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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