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원전 지키기도 바쁜데 '보조금' 잡음 큰 울진군

정부의 '탈원전' 움직임 저지와 신한울원전 3, 4호기 사업 추진 활동에 사용하라고 울진군이 지급한 보조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서 지역 현안사업을 지키는 캠페인 등 활동에 써야 할 보조금이 용도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급기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하면서 의혹을 명확하게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역사회 목소리가 높다.

2017년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포함한 국가에너지전환정책을 발표하자 울진군은 군의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 수정에 반대하는 '탈원전반대범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이미 1천777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진행 중인 신한울원전 3, 4호기 건설사업을 놓고 정부가 주민 여론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바꾼 데 대해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상경투쟁 등 탈원전 반대 활동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울진군은 지역사회에 미칠 악영향 등을 걱정해 대책위 활동을 뒷받침하는 보조금 5천여만원을 지급했다. 관련 세미나와 홍보비, 교통비, 식비 등의 명목이다. 그런데 대책위의 보조금 사용처에 대한 의문이 군의회 내부에서 조금씩 불거지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금액이 본래 용도와 달리 불분명하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부적절한 보조금 사용' 의혹을 받는 대책위는 "용도 외 사용은 애초 불가능하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주장대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울진군의회 의원 대부분이 대책위 원자력안전특별위원회(원전특위)에 소속돼 관련 활동을 이끌어왔다는 점이다. 경찰이 이달 들어 특위 소속 군의원 5명과 의회사무국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도 군의회와 대책위 활동의 연관성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경찰은 '보조금 중 상당한 규모의 금액이 개인적 용도로 쓰인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대책위는 "보조금이 체크카드로 지급되기 때문에 지출 내역과 명세서를 확인해보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며 모든 의혹이 빨리 풀리기를 바라고 있다. 수사 당국은 국민 혈세가 엉뚱한 곳에 쓰이지는 않았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만에 하나 잘못이 드러난다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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