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은 하나다. 대구가 1981년 7월 직할시로 승격하며 행정구역이 분리됐고, 2016년에는 대구 북구에 있던 경북도청이 경북도청신도시로 옮겨가며 살림살이를 따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운명공동체다.
'서울공화국'으로 대변되는 수도권 중심 국토 개발로 대구경북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자리 문제, 고령화, 지방소멸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대구경북이 서로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어려움을 헤쳐나갈 방법이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올해는 2014년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 출범 만 5년이 되는 해로 대구경북 상생협력의 실질적 원년을 선언한 해다. 이에 매일신문은 4회에 걸친 연속 보도로 대구경북 상생협력 발자취를 돌아보고 해외 선진사례 등을 참고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방자치단체 간의 상생 협력 움직임은 시대적 요구다. 행정경계를 넘나드는 일상생활은 보편화됐고, 수도권 중심의 국토 불균형 발전이 지속되면서 대구경북이 제각기 움직여서는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구경북이 본격적인 상생협력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상생협력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제도와 조직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협력은 위기의 산물
대구경북 경제가 어렵다. 미래는 더욱 어두울 것이란 우려가 적지않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는 2017년까지 26년째 전국 최하위로 나타났다. 경북은 23개 시군 가운데 19곳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구경북은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하지만 1990년대 위천국가산단 무산, 삼성자동차 반쪽 유치 등으로 산업기반이 약화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LG와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이 구미산단에서 수도권과 해외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기 시작하며 위기감이 더욱 고조됐다.
대구경북의 상생협력도 이 같은 인식이 심화되던 2006년쯤부터 본격화됐다. 2006년 민선 4기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선 김범일 시장과 김관용 도지사가 경제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급물살을 탔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지역경제통합 관련 로드맵을 발표하는 한편 대구경북경제통합포럼과 통합추진위원회 사무국이 출범했다. 현재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의 모태가 된 조직이다.
그러나 2009년 6월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의 6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정부의 5+2광역경제권 구상 발표에 따라 대경권경제발전위원회가 통합업무를 총괄하면서 대구경북 경제통합 논의는 수그러들었다. 류형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는 "전국적으로 동시에 추진되는 광역경제권 계획과 별도로 실질적으로 대구시와 경북도가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했으나 흐지부지됐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 한뿌리 상생 선언 및 위원회 설치

결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2014년 들어 대구경북 상생협력 논의는 재점화됐다. 11월에는 이전과 달리 경제 부문 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서 상생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구경북 시도지사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가 설치됐다.
지난해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공조는 더욱 강화됐다. '하나된 대구경북 상생협력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데 이어 특히 올해는 지난 3월 정기총회에서 2019년을 대구경북 한뿌리 상생협력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상생협력 안건 심의를 통해 35개 기존 사업에 대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15개 신규사업을 추가하기로 의결하는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구체적 성과를 내겠단 의지를 표현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상생협력 방향성 및 '기업이 몰려드는 경제공동체 실현, 대구경북 한뿌리 상생위원회 위상 강화 등 7개 분야 추진목표도 설정했다.
현재 시도 파견공무원과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진 등으로 구성된 사무국 직원 6명, 대구경북연구원의 상생협력연구단 5명, 전문분야별 연구원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시·도 본부장 및 국장급 공무원과 위촉직 20명 등 36명의 위원도 활동하고 있다.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하지만 현재 시스템 속에서는 상생협력의 한계도 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권용석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도시계획학 박사)는 법적 제도적 위상이 미흡해 협력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권한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는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기구로 중앙의 승인절차 없이 지방자치단체 간 조례를 통해 설치됐다.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공무원으로만 구성된 행정협의회 또는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조합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못하는 비법정기구"라며 "근거법인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구경북 상생협력은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를 매개로 하지만 실질적인 협력사업은 양 시도 실무부서에서 기획하고 추진한다는 점도 성과 창출의 걸림돌이다. 상생위원회가 선도적인 상생협력을 이끌어가기에는 예산규모, 인원 등 자체 행정기반이 절대적으로 취약하다.
소지역주의 인식이 상존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권 박사는 "시민 및 공무원 대상 의식조사 결과 대구경북이 상생협력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높은 공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를 아전인수식으로 바라보는 소지역주의로 인해 공생을 위해서는 빅딜도 감수해야 하는 상생협력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과제로 상생협력 기반 구축 강화, 지역사회 공감대 형성, 합리성과 효율성에 토대를 둔 사업 발굴 추진 등을 꼽았다. 상생협력 기구의 활동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통해 예산이나 인력문제도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권욱 지방분권경남연대 공동대표(고신대 교수)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지자체 간 상생협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또 공감대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자치단체간 협력 성과가 좌우될 수 있다. 새로운 제도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도시권협력의 모범사례이자 허브공항 구축으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덴버 대도시권, 권역내 균형발전을 위해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30년 단위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시카고 대도시권, 경제계 등 민간 차원에서 주도해 일본 간사이 지역 2부 5현이 결집한 간사이광역연합 등을 지자체 간 상생협력 모범사례로 꼽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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