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의원이 에어컨 수리하러 우리 집에?

이재형 경북 영주시의회 의원, 국내 한 대기업 전자제품 수리 서비스 알바

국내 대기업 전자제품 서비스 기사로 한시 근무를 하고 있는 이재형 영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이 고장난 에어컨을 수리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국내 대기업 전자제품 서비스 기사로 한시 근무를 하고 있는 이재형 영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이 고장난 에어컨을 수리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에어컨이 고장 나 수리 신청을 했는데 지방의회 의원이 장비 들고 나타난다면?'

이재형(50) 경북 영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 얘기다. 재선 시의원인 그는 올 여름 국내 한 대기업 에어컨 수리 기사로 각 가정, 사무실 등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역민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시의원을 하기 전 국내 한 대기업 전자제품 서비스 기사였던 그는 최근 여름철 에어컨 고장 신고가 급증하자 업체로부터 3개월 간 경력직 한시인력 채용 제안이 들어왔고,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현직 시의원이 수리 장비 가방을 들고 에어컨을 고치러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 시의원은 재선이고 위원장 직책까지 갖고 있는 데다 영주시의회에서 누구보다 깐깐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소문이 날 정도로 무게감도 남 다르다.

그는 지난해 부석사 관광지 부지 매입비 과다 책정과 관련, 의혹을 제기해 영주시 공무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민선 6기 각종 위원회 및 단체 증가와 전시성 정책 지적, 구도심 발전 방안 마련 촉구 등을 통해 시의회 내에서 스타 시의원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2016년엔 지방의회 발전에 주춧돌 역할을 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을 빛낸 한국인 상'도 받았다.

이 시의원은 "서비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이 오히려 더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시의원이 왜 서비스 기사로 왔는 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도 많다"며 "저를 보고 깜짝 놀라는 분이 많지만 재능을 발휘할 수 있어 재밌고 보람도 있다"고 했다.

에어컨 수리를 신청했던 한 주민은 "'시의원을 그만 뒀나' 등 별 생각이 다 들고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어 난감했는데, 당당하게 '알바'하고 있다고 얘기해 더 반가웠다"며 "지방의원이라면 권위의식을 많이 갖고 있고, '갑질이다 뭐다' 하는 등 말도 많은데 이렇게 소탈하고 소신있는 모습을 보여줘 더욱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재형 시의원은 "의정 활동을 하기 위해 일부러라도 주민들을 만나러 다녀야 하는데 서비스 기사로 활동하다 보니 주민들과 더 친숙해지는 거 같다"며 "시민의 심부름꾼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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