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여름밤의 음악회가 칠곡군 북삼읍에 위치한 인평체육공원 야외공연장에서 개최됐다. 장구의 신 박서진 가수가 온다는 소식에 엄마의 설렘에 보탬이 되고자 어린딸인 마냥 쫄래쫄래 따라갔다. 많은 인파가 이미 빼곡히 무대 앞을 가득 채웠고 병아리같은 노란 팬클럽 군단의 신명나는 열띤 응원이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노란 티셔츠, 노란 풍선, 노란 머리띠, 노란 전등 등 응원도구를 흔들며 여러 가수들의 노래에 맞춰 박자감 있는 어깨와 무릎 움직임의 단결함이 팬클럽의 위상인 듯했다.
국악 가수, 성악가, 트로트 가수들의 공연들로 음악회가 물이 익었고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장구의 신이라 불리는 박서진 가수의 순서였는데, 그의 팬클럽 응원 에너지가 폭발적이였다. 팬클럽 구성원들은 대부분 중년여성들이었다. 어림짐작 70대로 보이는 할머니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아주머니도 계셨다. 음악회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노란셔츠의 아주머니께 "응원 잘봤습니다" 했더니 "저희는 버스 대절해서 다른 지역에서 왔어요.(웃음) 박서진이 공연하는 곳이라면 저희는 어디든 갑니다" 하시며 늦은 밤 시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유유히 떠나시는 중년의 젊음이 대단하면서도 팬으로 구성된 집단의 위력이 강력하게 전해왔다.
팬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특정한 스포츠나 연예인, 음악이나 배우, 영화, 소설, 만화 등에 열광적으로 사랑하면서 자신의 노력·시간·돈을 소비하는 사람을 말한다. 자신의 노력에 의한 시간과 돈의 소비로 팬의 대상들은 장기적 발전을 얻게 된다. 필자가 공연기획 역할을 맡을 땐 안무자와 작품에 대한 시나리오를 구성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연구하기도 하지만 극장 측과 무용단의 공동으로 기획될 수 있는 공연의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기도 한다. 안무자나 기획자는 작품의 질 높은 완성도를 위한 노력을 첫 번째라면 무용공연에서 무용관객의 성향과 관심도에 대한 연구가 두 번째 일 것이다.
필자의 지난 문화예술 분야 관람률 증가세에 대한 글에서 문화예술 전 분야별 관람률은 상승했지만 무용은 매년 가장 느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을 다시 한번 빌린다. 무용의 대중화는 많은 무용인들과 학자들이 연구해 온 주제이며 현재는 다양한 대안들로 관객의 성향과 관심도를 고려한 작품을 창작하기도 한다. 어느 극장의 공연기획 담당자가 공동기획 제안을 수렴하면서 '웃기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주세요. 그래야 관객들이 많이 보러오거든요' 한다. 무용으로 관객을 웃기기는 개그맨보다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 든다.
웃기고 유쾌한 작품들도 물론 안무자의 의도로 풀어내어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창작될 수 있지만, 무용의 추상적 움직임에 대한 탐색과 안무자의 작품 주제와 내용의 의도를 공감할 수 있는 무용 팬을 위해 오늘도 많은 무용인들은 창작의 고통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웃김'의 범주를 넘어선 안무자들의 추상적 미학이 때론 가슴 먹먹함과 고뇌, 때론 의도된 답답함과 불편함에 대한 의문이 진정한 무용 팬의 자격이 아닐까 한다. 김정하 공연예술학 박사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