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간암 부르는 B형·C형 간염…초기 증상 거의 없어 '침묵의 질환'

B형 간염에 의한 간 손상 과정
B형 간염에 의한 간 손상 과정
 
 

최근 A형 간염의 확산과 더불어 간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간염은 간에 염증이 생긴 상태로,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A형 간염과 달리 B형, C형 간염의 경우 만성 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간염은 발병 초기 피로감, 두통을 동반한 감기몸살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방치해 만성으로 진행될 경우 간경화·간암 등 치명적인 간 질환으로 발전될 수 있다.​​​ ​​​간염은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B형 감염자에서는 간암 발생률이 5~54배, C형 감염자에서는 4~12배 증가한다.

◆간암 원인 B형 간염, 백신 통해 예방 가능

간염 중 B형 간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인구의 약 3~4%가 감염된 상태로 추정되며, 실제로 만성 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40만명으로 파악한다. 우리나라는 간 관련 사망률이 높은 나라며, 사망자의 50~70%가량은 만성 B형 간염과 관련이 있다.

​B형 간염은 간암 발생 원인의 약 70%를 차지한다. 빠른 속도로 생명을 위협하고 간의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서서히 진행하여 간에 손상을 일으킨다. 간 손상은 간의 염증, 간의 섬유화, 간의 경화, 그리고 결국에는 간암(간세포암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감염된 혈액이나 체액으로 전파된다. 크게 어머니와 신생아 사이의 수직 감염, 성접촉을 통한 감염, 손상된 피부나 점막을 통한 감염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B형간염 바이러스는 모자(母子)수직 감염이 대부분이다. 다행히 1980년 대 이후 국가 예방백신 사업을 시행해 현재 영아 감염률은 0.3% 미만이다.

또한 배우자 중 B형간염 보유자가 있다면 성관계를 통해 옮길 수 있고 문신, 피어싱, 면도기 돌려쓰기 등 손상된 피부나 점막을 통한 감염도 가능하다.

B형 간염이 오래 지속되면 간이 돌같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으로 진행된다. B형 간염이 5년 지나면 약 23%에서 간경변으로 변한다. 일단 간경변되면 간암이 쉽게 발생하게 되는데, 복수가 차고 토혈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간암을 비롯한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 조기에 검진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B형 간염 감염자 중 75%는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다. B형 간염은 '조용한 간염'이라고 불릴 만큼 별다른 증상이 없다. 대부분의 경우는 아무 증상이 없어서 감염이 된지도 모른다.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열감, 피로감, 관절통, 근육통 등 감기와 같은 증상이 일반적이다. 간혹 심한 증상으로 오심, 구토, 황달, 복부 불편감이 있는 경우라면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만성 B형 간염의 완전한 치료제는 없다. 그러나 새로운 약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이들 약제들은 간 질환의 진행을 막고 바이러스의 활동을 감소시킨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통해 간염의 진행을 늦추고, 간경변 및 간암과 같은 합병증을 낮출 수 있다.

B형 간염은 예방접종으로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 ​ 만약 B형 간염에 대해 면역이 없는 경우에는 총 3회의 예방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40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 간격으로 복부 초음파와 간암 표지자 검사를 지원하므로 꼭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전문의와 적절한 치료시기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성 B형 간염의 자연 경과 (자료: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만성 B형 간염의 자연 경과 (자료: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예방 백신 없는 C형 간염, 조기검진 중요

​C형 간염도 증상이 없어 감염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증가 추세다. 적은 양의 혈액으로도 전파될 수 있어 성관계나 수혈·문신은 물론 손톱깎기·면도기 공동 사용 시에도 유의해야 한다. ​감염자와의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으나, 혈액이 묻을 수 있는 기구의 공용은 위험하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다. 개인위생 관리를 통해 감염을 막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 내로 침입한 후 주로 간세포 내에 존재하게 된다. 우리 몸은 세포에 감염된 이들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로 인해 간세포들이 파괴되면서 간에 염증이 생긴다.

C형 간염은 한 번만 감염돼도 70-80%가 만성 간염으로 발전한다. 이 중 30~40%에서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하므로 예방 및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국민 중 약 1%가 C형 간염 보유자로 추정되며, 만성 간질환의 약 10~15%가 C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생긴다.

C형 간염 감염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소수의 환자에게서 피로감, 오른쪽 상복부 불쾌감, 소화불량 등이 있으나, 다른 질병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늦게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악화되어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간경화증이나 간암을 일으키기까지의 진행 속도는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있으나 B형 간염에 비해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아 고령의 환자에서 보다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감염 당시의 나이가 많거나, 알코올 섭취가 많은 경우, 다른 바이러스에 중복 감염된 경우 등에서 간 섬유화의 진행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형 간염은 간경화로 진행된 경우 치료반응이 상대적으로 낮고 간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검진이 중요하다. 진단은 혈액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으나 동반된 간경변증, 간암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워, 복부 초음파,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 또는 간 조직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강민규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강민규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C형 간염 치료제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 완치를 바라보고 있다.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는 치료 효과가 기존 주사제 치료보다 높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다만 C형 간염 완치가 되어도 정상인에 비해서 간암이 발생할 확률이 여전히 높으므로, 간암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수적이다.

도움말 강민규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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