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부터 셰일혁명까지, 석유가 큰 영향을 끼친 국제정치 및 세계경제 33장면을 통해 석유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지은이는 "석유의 중요성은 에너지나 제품의 원료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며 "석유는 세계의 욕망이 집중되는 이해관계의 근원적 요소로 현대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말한다.
◇ 현대사의 흐름을 설명하는 석유
279만 3000배럴. 2016년 기준 한국에서 하루 평균 소비된 석유 양이다. 일반인들은 석유를 흔히 운송 수단의 연료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운송 연료로 사용된 석유는 32.6퍼센트 정도이고, 절반이 넘는 52.8퍼센트는 플라스틱, 고무, 화학섬유 등을 만드는 석유화학 산업에서 쓰인다. 석유 공급이 중단되면 운송은 물론이고 소비재 생산의 상당 부분이 멈추게 된다.
석유가 개인의 경제적 삶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4차례의 중동 전쟁, 진주만 공습, 9.11 테러, 걸프전과 이라크전 등 현대사의 수많은 전쟁과 테러가 석유 때문에 벌어졌다.'고 말한다.
◇ 9.11 테러는 '문명충돌'이 아니다
2001년 9월 11일, 두 대의 여객기가 미국 뉴욕의 세계 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하며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이 사건을 서구와 이슬람 문명의 충돌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동 지역 이슬람교도들 전반에 퍼져 있는 종교적 분노가 9.11 테러의 중요한 동인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책은 중동 이슬람교도들의 강력한 반서구 정서의 근원을 또 다른 배경, 즉 경제적 동인에서 찾는다.
지은이는 "근본적인 출발점은 팔레스타인 문제였고, 그 이후로 진행된 석유로 인한 갈등과 분쟁, 부패와 빈곤"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영국이 이란에 진출해 석유 회사를 세우고 그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가져갔고, 밸푸어 선언으로 이스라엘의 건국을 주도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분쟁의 씨앗을 뿌렸다.
이런 과정을 겪는 가운데 이란의 무함마드 모사데크는 영국이 세웠던 앵글로-이란 석유 회사를 국유화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총리로 선출되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의 '아작스 작전'으로 그는 축출되었다.
이후 권력을 쥔 팔레비 왕가는 석유 수익을 기반으로 급속한 산업화와 서구화를 추진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져 사회적 불만을 낳았고, 강한 반미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4차례의 중동 전쟁, 이란-이라크 전쟁,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등 중요한 갈등이 있을 때마다 미국이 개입한 것도 큰 원인이었다.
◇ 여전히 막강한 석유 권력의 힘
2017년 트럼프가 취임한 이래로 미국의 중동 정책은 공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왜 갑자기 미국은 중동 지역 안정을 위한 기존 방침을 버리고,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구사하는 것일까?
지은이는 이 역시 석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한다. 바로 '셰일 혁명'이다. 셰일 오일 시추 기술은 2000년대 초반에 이미 개발되었지만 투자 자본 확보가 어려워 상용화할 수 없었다. 그런데 금융 위기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이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많은 셰일업체들이 셰일 오일 생산에 도전했고, 그 결과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셰일 오일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8년에 이르러 미국은 하루 1천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등극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중동 석유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그 지역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중동에 대해 예전과 같은 절박함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석유대신 신재생에너지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석유가 나지 않는 한국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지은이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지금이 석유의 시대라는 사실을 보지 못한다면 시대를 잘못 읽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우디는 현재 에스오일 지분의 63.4퍼센트를 확보하여 최대 주주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분도 17퍼센트 매입했다. 이는 사우디가 석유를 팔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지은이는 이런 상호의존 관계를 한국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지금보다 더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세계 각 지역의 석유탐사와 개발에 뛰어들어 석유의 생산과 정유, 판매에 한국이 더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312쪽, 1만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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