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건축주와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대구 수성구청의 민원배심원제를 둘러싸고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배심 회의 결과 대부분이 '짜고 치듯' 건축 허가 쪽으로 나오면서 운영실적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1984년 준공돼 현재도 50가구가 사는 대구 수성구 만촌동 동진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주변에서 시작된 대규모 아파트 공사에 신음하고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각 28층, 29층에 달하는 주상복합아파트 2동이 동시에 공사를 시작한 탓이다. 사업주체는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사업 시기가 맞물리면서 현재는 양측 모두 철거 공사가 한창이다.
일조권 및 조망권 침해, 공사장 소음 및 분진 피해, 진동, 균열 및 붕괴 위험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수성구청은 지난달 3일 민원배심원제를 열었다.
문제는 건축 인·허가를 둘러싼 민원배심회의 대부분이 허가로 결론나면서 오히려 주민 반발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금까지 열린 민원배심회의는 모두 238건에 달한다. 이 중 건축 인·허가 관련 민원이 225건(94.5%)을 차지하는데, 대부분 조건부 허가(199건·88.4%)로 귀결됐다.
최근 열린 회의에 참가했던 동진아파트 한 주민은 "약 40분 정도 구청에서 회의하고 10여 분간 현장을 둘러본 배심원들이 당일 저녁에 허가 결정을 내렸다"며 "회의가 주민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건축행위 허가를 요식행위처럼 보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원배심원제가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운영실적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민원배심원제는 2017년 1건만 개최된 데 이어 올해 역시 동진아파트 사례를 포함해 2건만 열렸다. 통상 한해 10건 이상 열렸지만 최근 들어 줄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현장에 오지 않아 회의가 길어지지 않았을 뿐 민원배심원제에서 충실한 심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민원배심원제=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주민들과 건축주와의 갈등을 중재하는 제도. 1990년대 후반부터 건축 인·허가 관련 집단민원이 급증한 수성구청은 지난 2000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민원배심원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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