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질 나쁜 일자리의 함정에 빠진 대구

대구에서 주 36시간 미만을 일하는 시간제 근무 취업자 수가 1년 사이 크게 늘었다. 반면 주 36시간 이상을 일하는 반듯한 일자리 취업자는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대구 취업자의 일자리 질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시간제 근로자는 늘고 풀타임 근로자가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 쪼개기가 늘고 저소득 근로자 비중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는 대구가 질 낮은 일자리의 함정에 빠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리되면 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7월 기준 대구에서 주 36시간 이상 일한 취업자 수는 95만3천 명으로 1년 전보다 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가 1.1%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부산(1.3%), 울산(2.3%), 대전(0.1%) 등은 늘었는데 대구는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구 다음으로 취업자 수가 많이 줄어든 인천은 3.7% 감소했다.

더 나쁜 점은 같은 기간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가 도리어 늘었다는 점이다. 대구의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25만5천 명)는 16.7% 늘어 전국 평균 10.8%를 훌쩍 넘겼다. 대전(17.0%)에 이어 가장 나쁜 지표다. 서울(8.2%), 부산(9.3%), 광주(6.1%) 등 도시가 두 자릿수 밑으로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대구에서만 일자리 질이 매우 나빠진 것이다.

대구가 질 나쁜 일자리의 함정에 빠진 것은 근본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을 자영업자 등 서비스업 비중이 특히 높은 대구가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인건비 상승을 견디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영세 업체들은 공장을 자동화하고 일자리 쪼개기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등 경제 현장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먼저다. '경제 기초가 튼튼하다'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서야 답이 나올 리 없다. 그렇다고 대구시로서도 정부만 쳐다보며 손 놓고 있다면 질 나쁜 일자리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표가 괜찮은 도시를 벤치마킹하든, 정부에 읍소를 하든 대구시는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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