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미국에 이어 싱가포르와 호주 등 아시아로 금리 역전 흐름이 감지된데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차가 11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채권 금리는 통상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다. 그러나 장·단기 채권 금리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는 현상은 심각한 경기 침체의 징조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을 두고 'R의 공포'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않다.
◆한국 국채 금리차 11년 만에 최저치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R의 공포'가 불거진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차가 11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5.4bp(1bp=0.01%) 내린 1.095%, 10년물은 5.9bp 하락한 1.172%에 거래됐다. 3년물은 1.0%대로 내려왔고, 10년물은 1.1%대로 진입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3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7.7bp로 2008년 8월 12일(6.0bp)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은 미래 불확실성을 반영해 금리가 더 높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예상하면 장·단기 금리차가 줄거나 심할 경우 역전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 축소나 금리 역전은 불황의 신호로 여겨진다.
앞서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14일(현지시간) 10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연 1.619%까지 떨어지면서 2년물 금리(연 1.628%)를 밑돌았다.
금리 역전 여파로 이날 뉴욕증시는 폭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3.05% 하락한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2.93%), 나스닥 지수(-3.02%) 등도 맥없이 떨어졌다.
미국에 이어 싱가포르과 호주 등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차는 14일 1bp까지 좁혀졌다. 2006년 11월 이후 최소치다. 호주 역시 3년물과 10년물 금리 움직임(수익률 곡선)이 완만해지는 모습이다.
◆경제위기 '10년 주기설' 급부상…낙관론도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금리 역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10년마다 위기가 찾아온다는 '10년 주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뒤집힌 것은 200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1년여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대신증권은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에 따른 'R의 공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동락 연구원은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나타난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R의 공포'가 재부상했다"며 "이번 금리 역전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경기침체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1998년과 2006년에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가 역전됐을때 경기침체를 피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금리차는 30년물과 2년물의 역전현상이고, 30년물과 2년물의 역전이 2주 이상 지속됐을 때는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2년물과 금리 차가 40bp 이상이어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역전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가 영향을 미쳤다"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과거와 비교해 인위적으로 좁혀졌을 가능성이 크며, 각국 정부의 공공 투자를 중심으로 민간 투자가 살아난다면 경기 확장 사이클의 연장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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