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직장 내 괴롭힘 문화, 성숙한 대응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상사의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정안 시행 후 대구고용노동청에 접수된 상사의 욕설과 담당 업무 외 지시 등은 16건에 불과했지만,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전국의 건수는 모두 1천743건에 이른다고 한다.

칠곡경북대병원의 수간호사가 부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을 사유로 보직해임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또다시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피해자인 간호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신생아집중치료실 소속 수간호사가 지난 1년 7개월 동안 상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폭언과 협박 등 갑질을 일삼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한 간호사들에 대한 다른 의견도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들 역시 타 간호사들에게 또 다른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자세한 경위는 병원 측이 조사를 해보면 밝혀지겠지만, 문제는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직장 내 괴롭힘이 상사에 의한 것만이 아닌 부하 직원들이나 동료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데에 있다.

이 법은 직장 내 상하 동료 직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를 악용해서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조직 내 화합과 소통을 저해하는 사례 또한 없지 않다. 위계질서만 앞세우는 경직된 조직문화가 당연한 우선적 현안이겠지만, 직장 안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업무성 스트레스나 상사의 업무 지시를 이겨내지 못하거나 왜곡하는 일 또한 좌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법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성의 문제이다. 인격적인 품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시비에 휘말릴 까닭이 없다. 직장은 생업을 위한 공간으로 직장인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그러잖아도 사회적·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이다. 직장 내 신체적·정신적 폭력과 인격적인 모욕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인 언행에 다름 아니다. 모두의 성숙한 대응이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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