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5년차 강재구(61) 경북 의성군 그러함농장 대표는 요즘 희망적이다. 지난해 양봉으로 첫 흑자를 기록한 뒤, 올해는 흑자 규모가 조금 더 늘었다. 양봉을 시작한 첫 해인 2016년과 2017년에는 투자기간이라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눈부신(?) 발전이다. 이런 추세라면 2021년쯤 봉산물로 '자립'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벌꿀과 화분(꽃가루) 중심에서 로얄제리, 프로폴리스 등으로 제품군을 고부가가치화할 계획이다.
"서울에 있는 동료들과 후배들이 저의 귀농 생활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퇴직을 앞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제 2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죠. 더욱이 아무 가진 것 없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데 있어 '양봉'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부가 같이, 또는 혼자서도 할 수 있거든요."
강 대표는 "귀농을 통해 '억대농부'를 꿈꾸기보다 스스로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고, 이를 통해 자유를 얻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성공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농장의 이름 '그러함'은 이런 강 대표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마음이 여여(如如)하고 널널해서 항시 똑 같이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고 내 할 도리를 다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퇴직 후의 삶: '자립' '자유' '기여'
강 대표는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에 입사한 뒤, 만 30년을 근무하면서 고위직을 지냈다. 이런 강 대표가 귀농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정년을 10년 앞둔 시점부터였다. 의성 출신 촌놈이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고, 학창시절은 대구와 서울에서 보냈다.
"퇴직 후 서울에 남아 있어 봤자 아파트 경비원 정도 할 수 있는데, 이것도 70세를 넘기기 힘듭니다.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 역시 얼마나 만만치 않은지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자립은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생활이나 자영업으로 경제적 자립을 할 순 있지만 자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귀농을 선택했습니다. 땅이 내게 자립과 자유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입니다."
강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만 나면 귀농준비에 나섰다. 회사 연수원 근무를 오래 했던 만큼,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2003년 전국귀농운동본부 24기를 수료했고, 도시농부학교 1기, 불교귀농학교 10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귀농관련 교육·연수에 참여한 것이 수십 회에 이른다.
"솔직히 퇴직한 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진정한 자립과 자유는 이웃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스스로 뭔가 새로운 것을 창출해 이웃과 사회에 도움을 주는 데 있어 농업만한 것이 없습니다."
▶"교육에 길이 있다!"
뜻밖의 일이 터졌다. 가까운 친지에게 보증선 것이 화근이 되어 전 재산을 날려 버린 것이다. 빈손으로 55세 정년퇴직을 하면서 '귀농'이라는 외통수에 빠졌다. 10년을 준비한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바뀐 셈이다. 처음엔 자두 농사를 짓는 친척을 도우며 농사를 배워보려 했다.
"의성군농업기술센터 농업대학 자두반에 입학을 했습니다. 여러 사람을 알게 되고 네트워크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양봉이다. 양봉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이면서 양봉농가를 찾아다녔습니다."
물론 양봉과 농업 관련 교육프로그램은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농민사관학교 안동대 양봉반(1년 과정)과 e-비즈니스를 비롯해 의성 귀향 후 수강한 교육과정만도 50개를 넘는다. 그러나 이론과 선진사례는 오직 직접 경험을 통해서만 온전히 체득된다. 때문에 모범농가를 찾아다니며 땀과 몸으로 실무를 익혔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 꿀, 진짜냐?'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신뢰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서울 백화점 명품관에 가서 우리나라 최고의 꿀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80만원 짜리 토종꿀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 이 정도라면 내가 우리나라 최고의 꿀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강 대표는 '신뢰는 과학이다'란 신념으로 꿀을 수확할 때마다 한국양봉협회 양봉산물연구소에 성분분석을 의뢰해 최고의 상품임을 과학적으로 입증 받았다. 또한 2018년 5월 '훈장님 꿀'을 상표등록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 '훈장님의 꿀단지'에서 착안했다.
"신뢰 받고 기여하는 대상은 고객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꿀과 봉산물을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적정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바로 제가 꿈꾸던 자립과 자유, 사회적 기여를 완성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철학을 전공한 강 대표는 향후 여건이 주어지면 가족들이 함께 쉴 수 있는 꿀벌체험농장과 더불어 한문과 인성을 가르치는 서당을 열 꿈을 꾸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