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프루드 수(Froude 數) 이야기

선박 크기·모양·속도와 출력 공식화
4만 6천 번의 실험으로 공식 찾아
기술국산화도 긴 호흡의 우보 전략!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배는 물의 저항을 덜 받을수록 파도가 잔잔할수록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안다. 그러나 높은 파도가 속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파도가 없을 때 배를 움직이는데 얼마나 큰 힘이 필요한지 계산해내기란 무척 어렵다.

더욱이 군함, 여객선, 상선은 요구되는 속도와 안전성, 기동성이 다르다. 크기와 성능에 비해 지나치게 큰 엔진을 걸면 힘과 자원이 낭비될 것이고, 엔진이 작으면 제대로 운용할 수 없다.

꼭 필요한 만큼의 엔진 출력을 계산하는 일은 해운 산업의 성패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였다. 미국 독립의 아버지며 과학자 벤자민 프랭클린 때부터 모두 실패, 영국의 유체동력학자 윌리엄 프루드가 어려운 과업에 성공했다. 영국은 '프루드 수' 공식을 적용해, 선박의 크기와 성능에 맞는 엔진 출력을 쉽게 계산했고, 조선산업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해양 강국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프루드 수 공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중력가속도와 수심을 곱한 수의 제곱근으로 유속을 나눈 것이다. 즉 프루드 수 Fr=U/(gD)0.5(U는 유속, g는 중력가속도, D는 수심)이다. 별로 어려워보이지 않은 공식을 찾기 위해 프루드는 무려 4만6천 번 실험을 했다고 한다. 닮은꼴 모형 선박을 2개, 3개씩 만들어 대형 수조에서 실험해야 하니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을까?

일본이 한국에 핵심 소재의 판매와 핵심 기술의 이전을 거부한 지 시간이 꽤 흘렀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술 국산화로 맞서자고 주장한다.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론적으로 성공해도 실험으로 입증해야 하고, 실험의 관문을 넘어도 상업화의 더 높은 문턱이 기다린다. 기술 국산화, 하루 아침에 해치우려 욕심부리지 말라. 그리 쉬웠으면 아직도 못했을까? 긴 호흡의 우보(牛步) 전략이 필요하다.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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