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 바야르(33·가명) 씨는 남편 바트(31·가명)과 함께 2012년 '코리안 드림'을 쫒아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불야성처럼 반짝이는 한국의 밤거리처럼 자신들의 미래 역시 반짝반짝 빛날거라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바야르 씨는 왼손 부상을 입고 손 전체가 까맣게 일그러져버린데다, 유산과 제왕절개로 결국 자궁을 드러낼 만큼 몸상태가 엉망이 된 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 압착기에 깔려 신경까지 죽어버린 오른손
바야르 씨는 2016년 1월 경북 경산의 한 공장에서 일을 하다 왼손이 압축기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작업 도중 정전이 발생해 50분이 넘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것. 뒤늦게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신경이 죽어버려 새끼손가락을 절단하고 손 전체가 까맣게 일그러졌다.
남편 바트 씨는 200만원을 주며 합의를 강요하던 회사대표에 맞서 변호사를 선임했다. 소송비용은 대구에 사는 몽골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겨우 마련할 수 있었다.
결국 지난 1월 재판에서 이기고 보상을 받았지만 문제는 지난 7월 합법체류기간이 끝나고 체류연장신청이 거절되면서 불법체류자가 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1년 단위 교육비자 갱신이 가능한 맏아들 솔롱고(12·가명)만이 유일한 합법체류자다.
불행은 그 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손가락 절단 수술 당시 임신3개월차였던 바야르 씨는 전신마취 탓에 결국 낙태수술을 해야했고, 이후 태어난 셋째 딸은 선천성 심장병을 앓아 한차례 수술을 받았다. 바야르 씨는 절단수술을 받으면서 많은 주사제와 약을 복용한 후유증이 셋째에게 악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해 넷째 아이를 낳을 때도 제왕절개 수술 후 여러 합병증이 심해 결국 자궁을 적출해야했다.
병원 치료를 받고 여섯가족이 살 집 보증금을 마련하느라 소송 끝에 받아냈던 3천만원 남짓한 보상비는 이미 바닥나버렸다. 아직 병원비 2천400만원이 부채로 남아있다. 바야르 씨와 셋째 딸은 지금도 정기점검이 필요하지만 병원비가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한다.

◆ 몽골행·한국잔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바트 씨는 이삿짐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빌린돈과 밀린 병원비를 갚고 있다. 그는 매일 새벽 4시30분에 나가 해가 떨어져야 돌아온다. 몽골에서 역도를 했을 만큼 다부진 체격에 힘이 센 그이지만, 워낙 일이 고된 탓에 집으로 돌아오면 그냥 퍼져 드러누울 정도다. 아무리 허리가 욱신욱신 아파도 파스 하나 붙이지 못하고 솔롱고가 아빠 허리위로 올라가 꾹꾹 밟아주는 것이 유일한 치료다.
이 와중에 솔롱고는 축구를 시켜달라고 떼를 쓰다 아빠한테 혼쭐이 나기도 했다. 솔롱고는 전국대회에서 상도 탈만큼 축구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 어려운 형편을 안 학교 코치가 교육비를 월 15만원으로 줄여준다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부담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대구 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솔롱고는 울면서도 "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축구 때문에 친구들도 사귀고 한국인이 됐기 때문에 포기하기 힘들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바야르 씨는 지난해 겨울 살길을 찾아 몽골로 돌아 가 아이들 교육문제와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영하 30도를 오가는 몽골의 겨울추위에 감각 없는 손이 동상에 걸려 절단위기를 겪었다.
바야르 씨는 "솔롱고는 몽골에 돌아가면 초등학교에 다시 입학해야 하고 셋째 치료도 힘들어진다. 동생 세 명은 한국말만 할 뿐 몽골어를 읽고 쓸줄도 모른다"며 "어떻게든 일을 해서 빚을 갚을테니 제발 추방하지만 말아달라"고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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