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상리처리장 보수공사 중 음식물쓰레기 50t 쏟아져…처참한 현장

상리동 주민들 운영업체 항의방문…“철거하거나 이주시켜 달라”, 대구시는 無대책

19일 오전 상리처리장 지하 2층을 방문한 주민이 현장 상황을 살피는 모습. 소화조 교체 공사 중 흘러내린 음폐수가 발목까지 차 있다. 채원영 기자
19일 오전 상리처리장 지하 2층을 방문한 주민이 현장 상황을 살피는 모습. 소화조 교체 공사 중 흘러내린 음폐수가 발목까지 차 있다. 채원영 기자

잦은 고장과 처리용량 불능으로 제 기능을 상실한 대구 서구 상리음식물류폐기물처리장(이하 상리처리장)의 소화조 교체공사(매일신문 5일 자 8면) 도중 다량의 음식물쓰레기가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쏟아진 소화조 음식물쓰레기 제거 작업은 늦으면 내달 초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사고 발생 직후부터 악취 민원을 제기해 온 상리동 주민들의 고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오전 방문한 상리처리장 지하 2층 복도는 쏟아진 음폐수(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물)가 어른 발목까지 들어찬 상태였다.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코를 찌르는 악취는 막을 수 없었고, 10분쯤 지나자 눈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함께 방문한 공무원과 주민들도 견디기 어려운 악취에 거듭 코를 감싸쥐었다.

상리처리장 운영업체 대우건설은 약 200억원을 투입해 지난 3월부터 특허공법으로 내세웠던 기존의 건·습식 분리 소화조를 포기하고 일괄습식 소화조로 전면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대우건설은 지난 4월부터 외부업체 근로자를 통해 기존 소화조에 적재된 음식물쓰레기를 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4개 소화조 6천500t 물량 중 4천800t가량의 음식물쓰레기가 제거된 상태다.

상리처리장 근로자가 오래돼 석탄처럼 굳은 음식물쓰레기를 퍼나르고 있다. 채원영 기자.
상리처리장 근로자가 오래돼 석탄처럼 굳은 음식물쓰레기를 퍼나르고 있다. 채원영 기자.

문제는 지난 17일 오후 7시 30분쯤 발생했다. 건식소화조에 남은 음식물쓰레기, 즉 슬러지 1천700t을 빼내는 작업을 하다 50t이 쏟아진 것. 이에 대우건설은 환기장치를 가동했지만, 악취가 상리동 일대로 퍼지면서 주민들의 불평이 쏟아지면서 알려졌다.

상리동 주민대표 4명은 19일 오전 대우건설을 항의방문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업체와 대구시, 서구청은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성복수 상리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더는 이렇게 못 살겠다. 상리처리장을 철거하든지 주민들을 이주시켜 달라"고 강력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목원 대구시 자원순환과 재활용팀장은 "주민들의 불편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는 달리 방법이 없다. 이해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소화조 하단에 수년간 쌓인 조개와 뼈를 퍼내는 과정에서 슬러지가 바닥으로 쏟아졌다"며 "소화조를 비우는 작업을 완료하면 우선 악취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지난 17일 오후 흘러내린 음폐수. 왼쪽에 보이는 시설물이 소화조다. 채원영 기자.
지난 17일 오후 흘러내린 음폐수. 왼쪽에 보이는 시설물이 소화조다. 채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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