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들 멍들게 하는 학교폭력 소송 줄이자" 대구법원 '학교폭력 컨퍼런스' 열려

판사, 변호사, 일선 교사들 머리 맞대…올해 2학기부터 적용되는 학교폭력예방법 미비점 성토

학교폭력 소송을 다루는 판사와 변호사, 그리고 일선 교사들이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 업무에 관해 논의하는 '학교 폭력 콘퍼런스'가 19일 대구지법에서 열렸다.

전국 법원 가운데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번 행사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 소송이 끊이질 않으면서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라는 본래 취지가 희석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일선 교사 150명이 사전 참가를 신청하는 등 교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자주 언급된 주제는 올해 2학기부터 적용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학폭예방법)'이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별로 운영되던 학폭위의 권한이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으로 위임되고, 경미한 사안일 경우 학교장 자체 해결도 가능하다. 그동안 학폭위 처분이 처벌과 징계 위주로 이뤄지면서 피해 학생이 소외된다는 지적이 많았던 탓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심의의 전문성이 향상되고 불필요한 소송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부·동부·달성·서부 등 대구 4개 교육지원청에 사건이 몰리면서 연평균 300건 이상을 처리해야 하는데다, 학교장 자체 해결제도 당사자 동의가 없다면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재량권 강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정안도 별다른 도움이 되질 않을 것이라는 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학교 폭력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지법 제2행정부 공두현 판사는 "현행법상 교사가 학생들 간 화해에 개입하는 것도 학교폭력을 은폐·축소하는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실제 학교 폭력 사안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선 교사가 직무유기죄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안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또 '학교 폭력'이란 개념 자체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행법은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갈등 유형을 학교 폭력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친구들과의 일시적 갈등과 폭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용득 대구시교육청 장학관은 "초등학교 저학년들만이라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교사들이 양심껏 진정성 있게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참여와 또래 집단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우혜정 경북교육청 고문변호사는 "학교 폭력은 일반적인 폭력과 달리 다수의 방조자가 존재한다는 특성이 있다"며 "분야별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또래 집단을 상대로 한 교육을 강화하고, 무언의 교사자와 방조자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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