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임캡슐]1987년 비오는 등굣길... 급식예찬

비오는 등굣길... 어깨에 걸고 손에 든 가방, 그리고 우산
여성의 삶을 바꾼 획기적 사건... 세탁기 보급과 학교급식 시행

1987년 어느 날, 학생들이 우산을 쓰고 학교로 가고 있다. 철조망이 담장에 있는 곳은 옛 두류정수장이다. 매일신문 DB.
1987년 어느 날, 학생들이 우산을 쓰고 학교로 가고 있다. 철조망이 담장에 있는 곳은 옛 두류정수장이다. 매일신문 DB.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 비 오는 등굣길이다. 우산까지 들었다. 가방은 최소 셋이다. 신주머니, 도시락 가방, 그리고 책가방까지. 두 손으로 들고 어깨에 걸어 학교에 갔다. 체육복이라도 들어 있으면 가방은 빵빵해졌다. 설상가상으로 만원 버스를 타야 했다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1987년 어느 날, 본지 기자가 두류공원 인근 학교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원화여중이나 원화여고 학생들로 추정된다. 특히나 두류공원 인근에는 원화여고를 비롯해 원화여중(현 원화중), 경화여중(현 경암중), 경화여고, 상서여중(현 상서중), 상서여상(현 상서고)이 몰려 등굣길이 장관이었다.

교복을 입지 않았던 세대였다. 우르르 몰려오면 어느 학교 학생인지 당최 구분하기 어려웠다. 각 학교의 정문 위치와 담장 위에 철조망을 얹은 옛 두류정수장 사이의 각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원화여중고 학생이겠거니 짐작한다.

개학 시즌이다. 요즘 학생들의 등굣길을 살펴본다. 목숨과도 같았던 도시락 가방이 없다. 급식 덕분이다. 여성들의 삶을 바꾼 획기적 사건으로 세탁기 보급이 첫손에 꼽힌다지만 '학교급식'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엄마가 받은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온 가족에게 전달된다는, 조항은 없지만 실체적 효력을 갖는 '가정화목유지법'에 유추해 본다. 이른 아침 평소 목소리보다 한 옥타브 정도 높고 빠른 엄마들의 확인 작업, '잔소리'로 통칭되는 지시 및 지적은 촉박한 시간 내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나온 것이었다. 급식이 새삼 고마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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