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년실업 속 위험 내몰리는 비정규직들… "제2 이월드 참사 재발방지책 시급"

최근 3년 새 대구경북 청년 산업재해 5천683명…사망 49명·부상 5천634명
노동단체·정치권 "위험의 외주화 그만둬야"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A(22)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해 전역한 후 5개월 전부터 이월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하지만 지난 16일 오후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절단돼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게 됐다. 특히 A씨는 그가 '2인 1조'로 근무했다는 당초 이월드 측 설명과 달리 평소 혼자 놀이기구 탑승자의 안전을 확인한 뒤 기구 운행까지 조작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24) 씨가 2인 1조 원칙인 산업현장에서 혼자 일하다가 기계에 끼어 숨졌고, 2016년엔 서울 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19) 씨 또한 2인 1조 업무를 혼자 처리하다 달려오는 전동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숨졌다.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양질의 일자리 부족 사태가 지속되면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위험한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은 중대재해 발생 우려가 큰 제조업체에 한해 외주노동자 등 비정규직이 위험한 업무를 볼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번 이월드 사태처럼 놀이공원이나 일반 사업체 등은 여전히 청년 비정규직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년) 간 대구경북에서 40세 미만 청년이 입은 산업재해는 5천683명(대구 2천484명·경북 3천199명)으로 집계됐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청년은 49명, 부상자는 5천634명이다. 특히 건물 관리, 위생, 서비스업 등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업종에서도 산업재해는 빈발했다.

지역 청년노동단체와 정치권 등은 이월드 사태를 계기로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건희 청년유니온 대구지부 위원장도 "근무한지 5개월 밖에 안 된 청년에게 모든 잘못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들은 너무 가혹하다. 이월드의 안전수칙과 직원 교육, 관리규정 등 시스템 상 허점 개선이 먼저다"고 주장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용균법 통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비극이 발생했다"면서 "유원시설 관련법이 허술하다는 매일신문 보도를 계기로 무고한 비정규직 청년들이 산업재해에 내몰리지 않도록 강화한 법률을 입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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