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사)음식폐기물환경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버리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약 2만t, 연간 730만t에 달한다. 이를 수거 및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만 연간 2조원에 육박하는데, 매립장건설비, 시설비, 처리장 인근 주민복지비 등 관련 비용까지 감안하면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셈이다.
대구에서는 하루 평균 2016년 799t, 2017년 792t, 2018년 788t의 음식물쓰레기가 배출되는 큰 변동 없이 꾸준한 상태를 유지해왔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최근 서구 상리음식물류폐기물처리장(이하 상리처리장)이 잦은 고장으로 말썽을 빚으면서 소화조 교체 공사에 들어가 처리에 어려움이 생긴데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기존 돼지 사료로 공급됐던 음식물쓰레기 100t가량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 것.
특히 ASF의 위협 등 잔반을 사료로 사용하는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전문가들은 음식물쓰레기 처리 관리·감독을 좀 더 강화하고, 가정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는 등 시민의식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볼링공도 음식물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속에서 심지어 볼링공도 나옵니다. 하나하나 단속할 수도 없고 정말 답답하지요."
지난 19일 대구 북구청 자원순환과 음식물쓰레기 차량 차고지. 이곳에는 음식물쓰레기 수거차 9대와 33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의 어려움을 듣기 위해 찾은 차고지에서 직원들은 "북구는 대학가와 원룸촌, 식당가가 즐비해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홍역을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북구청은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를 통해 하루 평균 60~70t의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음폐수나 음식물쓰레기가 아닌 다른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
분리수거된 음식물쓰레기 안에는 비닐봉지에 쌓인 음식물부터 빈 병 등 갖가지 이물질이 있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 직원 한봉호(45) 씨는 "음식물쓰레기를 거둬가면서 음식물쓰레기가 비닐봉지에 담겨 있으면 찢은 뒤 처리하지만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큰 음식물쓰레기통의 경우 음식물 사이에 들어 있으면 분류가 어렵다. 홍보를 하더라도 잠시뿐"이라고 털어놨다.
◆재자원화하지만 한계 많아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음식물류 폐기물은 2017년 기준 하루 평균 1만4천388t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 중 42.7%는 사료화 시설로, 28.8%는 퇴비화 시설로 보내져 재활용된다.
대구에서는 ▷신천·상리처리장을 통한 바이오가스 생산 ▷민간을 통한 생석회비료 및 습식사료 등으로 재자원화하고 있지만 정확한 재자원화 통계는 잡히지 않는다.
신천·상리처리장에서는 음식물을 선별·파쇄 후 고형물을 혐기성 소화조에서 40일 정도 소화시켜 바이오가스(메탄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하루 평균 188t의 음식물을 처리하면 2만6천여N㎥의 바이오가스가 생산된다. 이렇게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신천처리장의 경우 자체 설비를 돌리는 데 대부분 사용하고, 상리처리장은 60여대의 천연가스(CNG) 시내버스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것은 습식사료다. 2017년부터 위생과 안전 문제로 닭과 오리 등에 습식사료를 주는 것이 금지되면서 재활용이 크게 위축됐다. 또한 ASF의 여파로 돼지 사료로 사용하는 것까지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업체 측은 100℃의 온도에 2시간 이상 가열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부패한 음식물을 먹고 자란 돼지를 사람이 식용하게 되면 또 다른 건강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돼지에게 허용된 습식사료는 질병 전파의 주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가정에서 배출량 줄이는 게 급선무
전문가들은 무선인식(RFID) 음식물쓰레기 종량기 설치를 확대해 배출량 감소를 유도하는 한편, 일률적인 수거 방식보다 가정이나 단체급식소 등에서 배출 방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대구에서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아파트 54만1천975가구 중 46%(25만367가구)에 3천180대의 RFID 음식물쓰레기 종량기가 설치돼 있다. 대구시는 "아무래도 양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게 하면 배출량이 감소하는 만큼 앞으로 음식물쓰레기 종량기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도 인기지만 잦은 막힘 현상이 한계다. 이태관 계명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분해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입자가 작아 효율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에 미생물 방식을 결합하게 되면 음식물쓰레기 수거에 드는 비용까지 절감돼 더욱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학교급식소 등 대량의 급식을 실시하는 식당 등에서는 지렁이를 이용한 분해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화단 등에 지렁이를 넣어두고 과일이나 채소 껍질 등을 분해해 퇴비화하는 것.
계대욱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공동공간이나 교육시설에 도입한다면 교육사업도 병행할 수 있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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