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선린대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의 등록금을 학교가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것을 두고, 학교 측이 조사 확산을 막기 위해 학생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선린대 학생과 교직원 등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중 일부가 의견을 모아 지난 6월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의 등록금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 학교는 왜 예산이 없을까?"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하루 만에 학교 재학생 2천500여 명 중 540여 명이 참여했으며, '내 등록금이 학생들에게 잘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64.6%가 '아니다'고 응답해 학교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한 학생은 설문이 진행된 배경에 대해 "실습 위주 학과의 자재가 심각하게 낡아 학교 측에 교체나 보완 요구를 수차례 했지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학생이 학교의 등록금 사용에 의문을 품게 됐다"며 "학생들이 학교 관계자, 총장 등과 면담을 가졌는데, 여기서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이 설문을 진행한 계기였다"고 했다.
문제는 설문 소식을 접한 학교 측이 곧바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설문을 주도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당시 시험기간 중이었지만 학교 측은 학생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고 문자나 전화로 학생들에게 조사 출석을 계속 요구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직원은 "교직원이지만 학교 측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 시험기간에 조사 출석 요구를 하는 것도 문제고, 실습 위주의 학교여서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멀리 실습을 가야 하는데 이들에게 조사받으러 오라는 것도 문제"라며 "학생들은 설문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심각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선린대 관계자는 "설문 내용이 사실과 다른 점이 있고, 설문 진행 배경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며 "단순한 조사에 학생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며, 불이익을 줄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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