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없는 부모라 오히려 자녀들에게 미안할 지경입니다. 무엇을 보고 아이들이 '공정한 사회'를 배울 수 있을까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특혜 논란이 청년층을 넘어 자녀를 둔 부모들의 허탈감과 분노로 번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드러난 정유라 사건이 불거진 지 3년이 넘도록 우리 사회가 한 발짝도 개선되지 못했다는 한탄도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생 자녀를 둔 A(55) 씨는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조국 후보자 자녀 특혜 이야기를 한다"며 "어제는 혼자 자취하며 공부하고 있는 자녀에게 '아빠가 가난하고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문자메시지를 넣었다"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학부모 B(50) 씨는 "이번 사태를 보고 수험생인 아들이 '부모가 힘있는 자리에 있었으면 수도권 대학에 좀 꽂아달라고 나라도 부탁했을 거 같다'고 농담을 하더라"며 "웃어넘기긴 했지만 공부하느라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고 있자면 능력만 된다면 정말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직장인 C(52) 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는 전문직 직업의 친구들을 자주 봐 온 터라 새삼스럽진 않다"며 "과거 정유라 입시 특혜 때도 그랬지만 이미 사회엔 공정성이라곤 없어진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논문 등재와 관련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 쉐라톤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긴급이사회에서 장성구(가운데) 회장 등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문화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https://www.imaeil.com/photos/2019/08/22/2019082220045157446_l.jpg)
지난 21일 김재환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학교 홈페이지에 '조국 교수 딸 스토리를 접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아내로부터 당신도 교수인데, 아들에게 논문 제1저자 스펙을 만들어줬다면 아들이 지금처럼 재수하고 있지 않을 텐데, 당신은 아빠도 아니다. 부산의 한 학원에 재수하는 아들에게 난 나쁜 아빠인가"라고 쓰기도 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대응에 실망감도 나타냈다. 조국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한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치면서 제1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데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
지역 정치계 인사 D(46) 씨는 "이런 논란이 결국 자유한국당이 무능해서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선량한 우리 학부모들은 평생 박탈감만 느끼면서 살아갈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학부모 단체들도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교육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21일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자녀 입시비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했연 바 있다.
대구 학부모 윤수윤씨는 "소위 '빽(배경)' 없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말란 사회가 잘못됐다고 본다"며 "기회의 균등과 공정함이 살아있는 사회가 되도록 함께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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