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월드 롤러코스터 사고'는 무책임한 안전교육 제도와 근로여건 탓에 위험한 관행이 공공연히 답습된 인재였음이 각종 정황으로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월드는 안전관리자 대신 아르바이트생끼리 놀이기구 관리법을 인수인계해 왔고, 알바생들은 관리자들 묵인 속에서 '간이 흡연실'로 향하는 열차에 수시로 탑승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 '이월드 안전교육 미흡' 등 압수수색
대구 성서경찰서는 23일 이월드의 안전교육 이행 여부 등을 조사하고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2일 사고 부상자 A(22) 씨는 "직원으로부터 놀이기구 작동 및 안전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놀이기구 조작실에 있는 간단한 매뉴얼만 보고 전임 아르바이트생에게서 교육받았다"고 진술했다.
아르바이트생끼리만 주먹구구식 인수인계를 했다는 A씨 진술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월드는 안전관리자를 통해 종사자 교육을 실시토록 한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종합유원시설은 규모에 따라 최소 1명에서 많으면 3명 이상 기계·전기·전자·안전관리 분야 자격을 공인받은 안전관리자를 지정하고, 그가 각종 시설 관리 및 종사자 안전교육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사업주는 현장직 노동자에 대해 매달 2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실시토록 하고 있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번 사고는 근로자 안전 확충에 큰 책임을 지닌 사업주와 안전관리자가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열차에 올라 간이 흡연장소까지 편하게 이동"
A씨가 열차에 탑승했던 정확한 이유를 놓고도 믿을 만한 근거가 속속 제시된다. 마땅한 흡연 공간이 없다 보니 근무자들은 '간이 흡연장소'까지 이동하고자 열차에 탑승해 왔다는 것이다.
이월드 전·현직 종사자들에 따르면 허리케인, 카멜백 등 롤러코스터 놀이기구를 관리하던 근무자들은 40분 근무 후 20분 씩 주어지는 휴식시간마다 열차 맨 뒤 롤러장치에 올라탔다.
허리케인 경우 탑승 플랫폼에서 선로를 따라 출발한 열차는 내리막길을 지나 기계식 동력장치(체인)가 있는 오르막길 직전까지 무동력, 저속으로 움직인다. 오르막길 주변에는 기계실로 향하는 계단이 있다. 근무자들은 종종 선로 오른쪽의 점검로 철망 발판을 따라 기계실로 이동, 흡연하곤 했다. 일부 근무자는 열차 뒤에 탑승했다가 기계실 앞 계단 주변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본지 기자가 23일 허리케인 선로 주변을 살핀 결과 계단 바로 앞 점검로 철망이 자주 하중을 받은 듯 움푹 패어 있었다. 카멜백도 올해 초 정기점검에서 점검로 발판 철망을 수리해야 한다는 개선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이는 이월드 내 마땅한 휴식·흡연 공간이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 전직 아르바이트생은 "이월드 내 흡연구역은 단 세 곳이고, 직원 휴게실도 타워 건물 내에 있다. 왕복 10~20분 거리의 흡연구역이나 휴게실까지는 멀다 보니 직원들 묵인 하에 편법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월드 직원들에 따르면 경찰과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 안전보건공단 대구서부지사는 이 같은 증언에 따라 이월드의 근로여건 등을 수사 중이다.
이새롬 성서경찰서 형사과장은 "A씨가 흡연 목적으로 열차에 탔는지, 열차 탑승 관행이 흡연만을 위한 것인지 등 여부는 아직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 이월드 측 과실을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월드 대표 "모든 잘못 반성하고 개선" 약속
앞서 책임지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유병천 이월드 대표이사는 23일 "후속 안전대책을 말씀드린다"는 제목의 사과문을 통해 "숨김 없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모든 잘못된 체계와 설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대표이사는 이날 이월드 안전을 확충하고자 ▷대표이사 직속의 상급 부서 '안전관리실' 신설 ▷내·외부 안전 전문가를 발탁해 법적 규정보다 엄격한 안전교육 프로그램 마련 ▷국내 최고 수준 안전점검 재실시 ▷30억원 이상 투자해 노후 놀이기구 시설 개선 ▷사각지대 CCTV 설치 등 대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부상자 A씨와 그 가족에게도 충분한 보상책을 제공하고 A씨의 장래를 논의하는 등 가까운 관계를 지속할 것을 약속했다. 사고 당시 허리케인 운행을 조작한 B씨 등에게도 사고 유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따로 묻지 않을 방침이다.
유 대표이사는 "앞서 제기된 '말 맞추기, 입막음' 의혹은 절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모든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수사·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이월드는 이번 사고에 휘말려 다치거나 크게 놀란 모든 직원들이 더 상처받지 않도록 적극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시민의 터전인 이월드를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국내 최고 수준의 놀이공원 안전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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