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투 머치 토커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SNS나 유튜브 영상에서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라는 용어를 종종 접하게 된다. '지나치게 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인데 영어의 프래틀러(Prattler)나 개시(gassy)와 같은 의미다. 간단하게 얘기하고 끝낼 일도 장황하게 늘어놓아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을 이르는 용어다.

이 용어가 크게 부각된 것은 전직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 때문이다. 은퇴 후 TV 예능 프로에 종종 얼굴을 내비친 그는 겉보기와 달리 한번 시작하면 좀체 끝이 나지 않을 만큼 말을 많이 해 '투 머치 토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말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고 또 엄청난 달변가다. 그가 출연한 TV 상업광고도 자연스레 '수다쟁이'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요즘 딸 문제로 의혹의 중심에 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SNS상에서 '투 머치 토커'로 불릴 만큼 늘 대중의 주목을 받아온 사람이다. 교수 재직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 입성 이후에도 트위터 때문에 종종 구설에 올랐다. 좋게 보면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참여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표현이 지나치거나 공감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 못마땅하게 보는 부류도 분명 있다.

조국 후보자가 매일같이 신문 방송을 독차지하면서 '오늘도 조국, 내일도 조국' 푸념도 나온다. 딸의 부정 입학 의혹에서부터 논문, 장학금 등 각종 논란이 이어지자 조국 후보자의 해명도 길어진다. 진위 공방이 기어코 인사청문회까지 이어질 모양이다.

어떤 특정 사안의 진위가 엇갈리면 누구나 있는 그대로를 밝히고 억측과 오해를 불식시키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진실을 밝히는 것 못지않게 결말에 이르는 과정도 중요해서다. 의혹을 풀기 위해 자신을 항변하는 것은 의혹의 중심에 선 당사자로서 의무인 동시에 보편적 권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쏟아내는 말과 드러나는 정황 증거들이 진실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면 항변권은 효력을 잃기 마련이다. 지금 국민들은 밑도 끝도 없는 그의 해명을 반복해 듣고 있다. '투 머치 토커'의 고문이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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