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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중심, 화원이 뜨고 있다] <2> 무학대사가 감탄한 명당 중의 명당

김문오 달성군수(왼쪽)와 김경우 풍수지리 전문가가 딜성군 화원읍 대구시 신청사 유치 후보지(LH분양홍보관)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가 주산인 함박산이다. 달성군 제공
김문오 달성군수(왼쪽)와 김경우 풍수지리 전문가가 딜성군 화원읍 대구시 신청사 유치 후보지(LH분양홍보관)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가 주산인 함박산이다. 달성군 제공
김경우 씨가 주장하는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일대의 갈마음수형 대강안(渴馬飮水形 大江案) 지형지세도.
김경우 씨가 주장하는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일대의 갈마음수형 대강안(渴馬飮水形 大江案) 지형지세도.

〈2〉 무학대사가 감탄한 명당 중의 명당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왕위에 오르자, 말자 왕사인 무학대사의 조언으로 한양으로의 천도를 명한다. 이성계의 한양천도에는 정치, 사회적 혼란기마다 대두됐던 풍수지리설의 영향이 컸다. 특히 고려 개성의 지기(地氣)가 이미 쇠락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논리와 함께 줄곧 한양이 새 도읍지의 후보지로 거론됐다.

이러한 논리는 한양천도를 정당화했고 대내적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실질적인 요인은 한양이 갖추고 있는 인문지리적 조건이었다.

최근 화원이 '대구의 중심'임을 주장하고 대구시 신청사 유치전에 나선 달성군에서도 이성계를 도와 한양 천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무학대사의 비결서(秘訣書) '화원 길지론(吉地論)' 등 여러 풍수지리설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만대가 영화를 누릴 명당

이성계가 무학대사의 조언으로 도읍지를 한양으로 천도할 당시, 백성의 경제생활 대부분이 농업이고 농업생산물이 국가재정의 기반이었다. 정부는 조세곡(租稅穀)을 거둬 한양으로 운반해 오는데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국가의 도읍지는 국토의 중심부에 있으면서도 조세운반이 편리한 곳에 자리잡아야 했다. 이 점에서 한강 유역에 있는 한양은 다른 어떤 곳과도 비교될 수 없는 이점을 갖추고 있었다.

무학대사가 전국 방방곡곡을 둘러보고 땅의 기운에 대해 설명한 비결서(秘訣書) 대구편에서 낙동강변에 자리한 화원이 등장한다. 그의 비결서에는 '화원땅은 대구 남쪽 삼십리에 있으니 괘등형 부주유어안(掛燈形 浮舟遊魚案)으로 만대영화지지(萬代榮華之地)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 비결서에는 낙동강 사문진을 중심으로 화원동산, 명곡리에서 용연사로 넘어가는 기내미재 서쪽의 함박산, 본리리 인흥마을의 주산인 천수봉을 연결하는 기맥을 함축해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괘등'(掛燈)은 등잔이 걸려있는 모습으로 함박산을 말하며, '부주'(浮舟)는 낙동강 사문진에 배가 떠있는 모습으로 화원 동산을 가리킨다. 또 '유어'(遊魚)는 물고기가 노는 모습으로 화원읍 천내리 창신아파트 옆에서 남평문씨 세거지 뒷산 천수봉으로 이어진 모습을 일컫는다.

부주유어안 중 '안'(案)은 풍수 용어로 명당을 보호하거나 보필하는 앞방향의 물이나 산, 언덕 등을 총칭한다. 특히 화원읍과 인접한 낙동강 또한 만대영화지지의 '안대'(案帶)가 된다.

비결서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등불을 따라 흘러가는 배의 형국과 그 주변을 평화로이 노니는 물고기가 만대에 걸쳐 영화를 누리는 기운의 땅이라 해석되고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 화원지역이 부귀영화를 얻어 운수대통할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것이다.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형국

30여년동안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풍수지리를 연구해온 일봉 김경우(65) 씨는 화원일대를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갈마음수형 대강안'(渴馬飮水形 大江案)으로서 명당이라고 했다. 대구시 신청사 유치부지 등 화원 일대를 둘러본 김 씨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대구시 신청사 유치 후보지를 중심으로 볼 때 주산은 함박산(咸朴山·260m)이다. 이곳 주변의 마시리, 마수지, 마비정 등 말을 뜻하는 마을 이름과 저수지는 모두 갈마음수 형국에서 비롯됐다. 이 형국에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은 큰 강물을 안산으로 삼는 대강안(大江案)이 되고, 화원동산은 풀을 가득 실은 배의 형상이다.

함박산을 등지고 화원들에 자리잡은 이 터는 왼쪽으로 금구난생(金龜卵生)의 지세를 품은 테크노폴리스를 두고, 오른쪽에는 반룡농주(蟠龍弄珠) 형세를 가진 한실마을(대곡지구)을 끼고 있다. 대곡지구에서 흘러내린 진천천, 명곡천과 합류한 천내천, 용연골에서 나오는 기세곡천이 화원동산 주변으로 흘러들어 낙동강과 하나가 된다.

전통 풍수학에서 물과 강은 풍요로운 재물을 상징한다. 주변 산세의 모든 물들과 낙동강 줄기가 함박산 앞들로 흘러드는 모양새를 갖춰, 시대의 새로운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물산의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비슬산 기바위의 뭉친 기운이 화원들판에서 함박꽃으로 피어오르는 모습을 상상케 하고 화원면 설화리를 둘러싼 지역의 지명은 주역의 택산함괘(澤山咸卦)를 중심으로 그 기운이 작용하고 있다. 큰 살림을 거뜬히 맡을 수 있는 힘찬 여성의 풍요로운 기운이 서려있는 화원들판이 가까운 미래에 큰 터로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암시다.

대구시 신청사 유치부지인 LH분양홍보관 터의 주산은 함박산으로 주역에서 함괘(咸卦)의 함(咸)은 64괘 중 31번째 괘에 해당한다. 특히 주역 하편의 첫 머리를 여는 괘, 함(咸)은 '모두'라는 의미와 '감응(感應)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함괘는 소녀(少女)인 태괘(兌卦)와 소남(少男)인 간괘(艮卦)로 구성돼 있다. 함괘 형성과정은 간하태상(艮下兌上)이라 하여 동북방의 아래요, 서방의 위라는 의미다. 이를 근본으로 삼아 택산함(澤山咸)이라 하였으니 산 위의 큰 물, 곧 호수를 뜻한다.

따라서 언젠가는 이 지역에 기운이 작동해 발전이 이뤄지면 큰 쓰임새가 있을 것을 암시하고 있고 주역의 함괘가 이처럼 완벽하게 현실세계의 산과 들에 반영된 모습을 드러낸 곳이 달리 없다.

◆함박산은 문씨 세거지의 조산(朝山)

풍수계 일각에 따르면 이 함박산이 화원의 또다른 명당터로 잘 알려진 남평문씨 세거지 인 인흥마을의 조산(朝山)이 된다. 인흥마을의 우백호는 주산인 천수봉의 주맥에서 흘러나온 오른쪽 산줄기이다. 이것을 풍수에서는 본신백호(本身白虎)라고 한다.

백호는 마을의 오른쪽을 제대로 감싸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백호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비보숲이 조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흥마을의 중심인 죽헌종택에서 안대(案對)를 살펴보면 안산(案山)이 될만한 뚜렷한 산은 보이지 않고 마주하는 산 중에서 조산(朝山)은 함박산이다.

함박산의 모양새는 탐스럽고 좋으나 산이 눈높이보다 높아서 다소 높은 느낌을 준다. 마을의 가옥 안에서 보면 멀리 함박산이 바가지를 엎어 놓은 오행상으로 금형(金形)이다. 노적봉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양의 산은 부(富)를 상징하는 것으로 본다.

안산이 말(馬)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 그 터에서는 벼슬하는 귀인이 나온다고 한다. 옛날에는 벼슬을 해야 말 안장에 올라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풍수에서는 마주하고 있는 산 중에서 가까이 있는 안산을 거리가 먼 조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안산의 부족함에 대해 인흥마을에 터를 잡은 문씨 일가들이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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