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3학년 교사가 고민을 상담해왔다. 교실 책상 위에 손쓰레받기가 하나 있었는데 한 아이가 지나가고 뒤이어 다른 아이가 지나갔는데 손쓰레받기가 바닥에 떨어져 깨져 있었다. 그런데 준호가 두 번째 아이를 가리키며 "니가 그랬잖아! 내가 봤어"라고 했다. 그러자 두 번째 지나간 아이는 "난 아냐!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억울해!"하며 항변했다.
처음 이야기는 간단해 보였는데 문제는 갈수록 태산이었다. 지목을 당한 아이는 이전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전학을 왔으며, 아이들 속에 끼지 못하고, 화나고 억울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선생님에게 와서 씩씩거리고, 자기 말을 수용하지 않으면 집에 가버리기도 한다. 내가 봤다고 나선 준호는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힘 있는 아이들 그룹 안에 있지만 그 그룹 안에서는 가장 무력하고 다른 아이를 공격하는 행동들을 한다. 게다가 처음 지나간 아이가 반에서 가장 힘 있는 아이라는 것.
문제는 복잡해졌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가 아니라, 도전적인 행동을 하는 두 아이의 행동수정과 반에서 따돌림 없이 아이들을 어떻게 사이좋게 함께 놀도록 만들 것인가가 화두였다. 우리는 역할극을 통해서 상황을 재연해봤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역할 바꾸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경험해보게 하고 서로가 원하는 행동 방식을 탐색하는 것으로 답을 찾아갔다.
몸을 가만히 못 있고, 거짓말을 하고 욕하고 때리는 도전적인 행동들을 하는 아이들 뒤에는 어른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을 사이좋게 놀도록 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런 행동들에 대해 교사가 훈계를 하고 벌을 줘서 고칠 수 있는 것은 없다. 오히려 아이의 화나고 무섭고 불안하고 외로운 심정을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것과 친구들이 좋아하고 선생님이 바라는 행동의 범위를 정해주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또한 놀이를 통해 자신을 자각하고 행동 조절을 몸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한다면 아이들은 빠르게 달라질 것이다. 아이들의 생명력을 믿으며.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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