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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신상필벌(信賞必罰): 상과 벌은 공적 이익을 위해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한자 뜻풀이로는 상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벌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공(功)이 있어 내리는 상에는 공적인 믿음이 있고, 죄(罪)는 반드시 벌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국시대의 법가 한비자(韓非子)가 제후국 왕들에게 설파한 이야기를 모은 '외저설'(外儲說)의 '우상'(右上) 편에 있는 진문공(晉文公)의 고사에서 왔다.

진나라 문공이 책사 호언(狐偃)에게 "신하들에게 감미로운 음식과 술을 하사하고 백성들과 고기를 나누어 먹었으며 병사들에게 무명옷을 입혔다. 이들을 데리고 전쟁을 해도 되겠는가?"라고 물었으나, 아니라고 했다. 문공은 다시 "손해 본 백성을 보살피고 죄인을 사면하고 가난한 자에게 베풀었다. 이제는 싸울 수 있지 않겠는가?"고 했다.

호언은 "말씀하신 것은 백성이 생존에 필요한 것이고, 전쟁은 그들을 사지(死地)로 모는 것입니다. 편히 살려고 따르는 데 죽음으로 내몰면 따를 이유가 없습니다"고 했다.

문공이 "그럼 어떻게?"라고 했다. 호언이 "그들이 싸우지 않으면 안 되게끔 해야 합니다. 공이 있는 자에게 상을 주고 죄 지은 자를 벌하면(信賞必罰) 그들은 싸울 것입니다(其足以戰). 벌은 총신에게까지 미쳐야 합니다"고 했다.

다음 날 문공은 사냥을 핑계로 신하들에게 정오까지 모이라고 하고, 늦는 자를 벌한다고 했다. 총신 전힐(顚頡)이 늦었다. 그의 죄를 물어야 한다는 소리가 많았다. 전힐을 죽이고 일벌백계(一罰百戒)했다. 드디어 문공은 군사를 이끌고 위(衛), 조(曺), 정(鄭)나라를 치고 송(宋)을 구하고 초(楚)를 이겨 중원의 패자가 되었다.

그 후 신상필벌은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이 되었다. 조선시대 태종은 기강을 세우기 위해 처남인 민씨 형제를 죽이고 총애하는 공주를 궁에서 내쫓았다. 최근 대통령의 측근 이야기가 화제다. 호언이 살아 있다면 뭐라 했을까?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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