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는 것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손호석 극작가, 연출가
손호석 극작가, 연출가

필자는 주로 뮤지컬 작품의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고 있다. 뮤지컬 제작에는 상당한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청년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도 딤프 창작지원작 선정, 봉산문화회관 상주단체 선정 등의 기회를 얻었기에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그런 기회들이 없었다면 아마 단 한 편의 작품도 선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필자는 운이 좋은 편이고 본인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일 기회를 얻지 못하는 젊은 예술가들도 상당히 많다.

공연을 만들 기회를 얻지 못했을 때는 참으로 답답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 보여 주고 싶은 작품이 있는데 제작비를 구할 방법은 없고 마냥 기다리자니 꿈이 꺾여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낭독 공연이었다. 세트를 만들고, 의상도 제작하고, 조명 작업도 하면서 제대로 된 공연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자본을 구할 수는 없기에 대본과 음악만이라도 관객에게 선보이는 형식의 공연을 제작했었다. 비록 의자에 앉아서 대본과 악보를 보면서 하는 쇼케이스 같은 형식의 공연이었지만 나의 이야기를, 우리의 음악과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기쁘고 감격적인 시간들이었다. 물론 이런 형식의 공연을 만드는 것도 상당한 제작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청년 예술가가 누군가의 선택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도전해 볼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불러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힘으로, 주도권을 가지고 뭐라도 해 보는 것.

뜻 있는 분들의 노력과 같은 마음을 가진 젊은 팀들의 의지가 모여 몇 년 동안 작은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대구 영 뮤지컬 아티스트 페스티발, DYMAF 라는 축제이다. 지금은 그저 본 공연에 앞선 쇼케이스 느낌의 공연이라는 개념을 넘어, 낭독이기에 가능한 규모의 이야기를 시도해 본다거나 국악,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한 실험적인 음악극을 선보이는 자리로도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

기회는 한정되어 있고 모든 이가 선택을 받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 반대로, 너무 무리를 해도 쓰러지기 쉽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고 계속 시도해 나가는 것. 뻔한 소리지만 그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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