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후배·제자 사퇴 요구 뭉개며 장관하겠다는 조국, 부끄럽지 않나

서울대 총학생회가 딸의 입시 부정 의혹 등 여러 의혹들을 비판하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대는 조 후보자가 교수로 재직 중인 학교이자 모교(母校)다. 제자·후배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조 후보자는 지난번처럼 "서울대 학생사회가 보수화·우경화됐기 때문"이라고 강변하지 말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까닭을 먼저 자신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조 후보자와 인연이 많은 서울대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반발이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조 후보자와 가족 관련 의혹들이 터져 나온데다 정의·공정을 앞세운 조 후보자에 대한 실망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총학생회는 입장문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서울대를 비롯한 청년 대학생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배신감을 느끼는 국민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조 후보자는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 문제는 없다며 후안무치의 태도로 일관하는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위해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했다.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조 후보자 사퇴 요구 2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고, 촛불집회에 학교 동문 후원금도 쇄도하고 있다.

청년들이 조 후보자를 향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숱한 의혹들이 쏟아진 것도 문제이거니와 정의·공정을 부르짖던 조 후보자의 실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의혹들을 '가짜뉴스'로 몰아붙이는 조 후보자의 대처도 분노를 샀다.

대학에서 촛불집회가 잇따라 열리고, 대통령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 대해 조 후보자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의 법제화 등 정책 구상을 발표하는 등 자진 사퇴를 바라는 국민 여론에 맞서고 있다. 제기된 의혹들만으로도 조 후보자는 이미 장관 자격을 잃었다. 제자·후배들의 사퇴 요구를 뭉개면서, 스승·선배로서의 자존심까지 팽개치면서 장관이 돼야 하는가를 조 후보자는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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