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고민거리는 크게 두 가지다. "우리 고양이에게 뭘 먹이지?" "모래는 뭘 쓰지?"가 그것이다.
묘미(5·수컷)가 화장실을 기피하고 이불에 소변을 지린다며 내원하였다. 검사 결과 방광염과 FLUTD(고양이 하부비뇨기질환) 초기로 진단되었다.
수컷 고양이는 배뇨를 참거나 물 섭취가 부족하면 소변이 농축되어 방광염이 발생하고 체형에 비해 가느다란 요도가 막혀버리는 해부학적 특성을 가진다. FLUTD가 심해져 요도가 폐색되면 고양이는 매우 괴로워하고 방광확장과 급성신부전이 발생하기 때문에 응급처치를 해주어야 한다.
묘미는 요도 세척과 약물 처방으로 증상이 호전되었다가 3주 후 증상이 재발되어 내원하였고 여러 정황상 화장실을 기피하는 심인성 요인이 의심되었다.
보호자는 한 달 전부터 모래를 두부모래로 바꾸었는데 묘미 입장에서 모래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화장실 가기를 꺼려한 묘미는 스스로 물을 적게 먹는 바람에 소변이 농축되면서 방광염이 진행된 것이었다.
묘미에게 자연의 모래 질감과 유사한 메디컬 벤토나이트 모래를 추천해주고 화장실 청소를 자주 해주실 것을 권했다.
묘미는 모래가 바뀌자 화장실을 들락거리기 시작하였고 심지어 모래 위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화장실에 대한 불편함이 사라지자 물 섭취량이 늘어나며 방광염은 재발되지 않았다.
묘미는 두부모래의 질감이 싫었거나 그 속에 함유된 첨가물이 불편했던 걸로 추정된다. 예민한 고양이에게 모래 속의 유해한 성분은 후각을 자극시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내재되어 있던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야생 고양이가 선호하는 모래는 무엇일까? 배설물을 쉽게 덮을 수 있고 자신의 발바닥을 그루밍할 때 불쾌하지 않은 고운 입자의 마른 모래다.
그렇다면 집 고양이에게 적합한 모래는 무엇일까? 자연의 모래흙과 비슷한 질감의 천연 벤토나이트 모래를 추천한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메디컬모래와 휴먼그레이드 등급의 벤토나이트 모래 제품이 해당된다.
벤토나이트는 천연 토양 성분으로 무해하면서도 소변을 즉각 굳혀버리는 성질을 가진다. 순도가 높은 천연 벤토나이트는 제약과 와인 제조에 이용되며 화장품과 사료 첨가제로 사용된다.
토양에 버려지더라도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순도가 높은 벤토나이트는 첨가물 없이도 고양이 소변을 즉각 굳혀 버리고 성분 자체로 세균 증식을 억제시킨다. 이미 오랫동안 유럽이나 미국에서 애용되었으며 미국 와이오밍이 순도 높은 천연 벤토나이트 생산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첨가된 벤토나이트 모래는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불순물 함량이 높은 벤토나이트는 주물공정이나 토목공사의 방수 재료로 사용된다. 저렴하지만 고양이 모래로서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탄산수소나트륨(베이킹 소다) 등의 다양한 화학물질을 첨가시킨다. 이렇게 첨가된 화학물질 중 일부는 고양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중국에서 제조돼 국내에 수입 유통되는 원형이나 펠럿 모양의 벤토나이트 가공 모래 제품이 이에 해당된다.
특별히 굳기를 강화시킬 목적으로 세제류나 경화제 등을 첨가한 벤토나이트 모래 제품이 있다. 고양이 모래는 피부에 접촉될 뿐 아니라 호흡기로도 흡입된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모래 알갱이가 매우 작으면서 굳기와 탈취력이 우수한 벤토나이트 모래 제품이 이에 해당된다.
두부모래는 친환경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콩이나 옥수수, 밀, 두부 가공의 부산물을 이용한 모래는 식물 섬유질과 전분만으로 소변을 굳히기 어려우며 세균 증식이 잘 된다. 그래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조사는 탄산칼슘(석회분) 등의 기능성 화학물질을 첨가하게 된다.
이렇게 첨가된 화학물질 중 일부는 고양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두부모래, 콩모래, 밀모래가 이에 해당되며 원가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되어 국내에 수입 유통되고 있다. 굳기가 약하기 때문에 변기에 버릴 수 있어 편리하지만 공공주택에서 다수가 사용할 경우 오수정화 시스템에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목재를 톱밥으로 만들어 압착시킨 펠럿 모래는 소변을 흡수시키는 목적으로 이용된다. 소변에 오염된 부분만을 가려 청소할 수 없기 때문에 부패와 세균증식이 쉽다. 국내에서 폐목재를 파쇄하여 만든 펠럿은 화목용 용도로 유해 성분을 검증조차 하지 않고 있으므로 고양이게 사용은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
실리카겔 모래는 소변을 흡수하여 말려버리는 제습기능을 이용한 제품이다. 실리카겔 자체는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지만 일부 고양이의 경우 먼지가 호흡기로 흡입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고양이 성격을 고려하여 선택하시기 바란다.
현명한 집사는 모래를 구매할 때 제조사와 판매처를 확인한다. 국내에서 제조되는 고양이 모래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조 생산 법률에 근거하여 원재료와 첨가물을 명확히 표기하여야 한다. 반면 중국 등에서 저렴하게 수입 유통되는 제품들은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과 허위 광고에 현혹되어 모래를 선택하다 보면 고양이에게 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고양이 모래 때문에 눈병이 생길 수 있는지 문의하는 분들도 많다. 화장실 모래 먼지의 일시적인 접촉은 정상적인 눈물 분비와 결막의 면역 기전에 의해 방어되므로 모래가 눈병 발생의 원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잠복되어 있는 칼리시, 허퍼스 바이러스 등이 활성화되어 눈의 면역 기능이 떨어졌을 때는 부가적인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고양이가 좋아하는 모래는 있어도 집사가 만족하는 모래는 없다고 한다. 굳기 정도, 사막화 정도, 냄새, 경제성을 고려하여 각 제품은 나름의 장점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고양이가 예민하거나 눈병이나 구내염이 관찰된다면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들은 경제적 여유가 가능한 범위에서 건강에 도움되는 모래를 선택하시기 바란다.
고양이가 쾌변·쾌뇨하고 항상 건강하다면 좀 더 현실적인 측면과 편의성을 고려하여 모래를 선택하되 하루 3회 이상 반드시 화장실을 청소해주는 습관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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