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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에스엘서봉재단이 증여세 47억 폭탄 맞은 사연

2014년 면세 혜택 주어지는 성실공익법인 자격 상실…향후 장학사업 차질 불가피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지난 2006년 이충곤 에스엘 회장이 자신의 호를 따 설립한 '에스엘서봉재단'(이하 재단)이 최근 47억원 상당의 증여세 '폭탄'을 맞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2006년 재단 설립 당시와 2011년, 그리고 2018년 각각 100억원씩 모두 300억원을 내놓은 기금을 바탕으로 대학 장학금과 연구기금, 저소득층 지원사업 등을 활발히 벌여왔다.

하지만 국세청은 지난 2013~2014년 재단이 출연자와 그 특수관계인을 재단 이사로 선임하면서 법상 면세 혜택이 주어지는 '성실공익법인' 자격을 상실했다고 판단했고, 법정 소송에서도 법원이 국세청의 손을 들어주면서 앞으로 장학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박만호)는 에스엘서봉재단이 북대구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2006년 재단 설립 당시 이 회장과 함께 류창우 전 영남대총장,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서정석 전 대구변호사회장, 전수환 전 경북대병원장 등 5명이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2006년부터 재단의 이사직을 맡고 있던 서정석 변호사가 2013년 에스엘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불거졌다.

출연자(이충곤 회장)와 그 특수관계인(서정석 변호사)이 재단 이사진의 20%를 초과하면서 법상 면세 혜택을 주는 성실공익법인 자격을 상실하게 된 것. 이 규정은 사회공헌을 위해 세운 공익법인을 오너 일가의 탈세 창구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서 변호사는 2014년 11월 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북대구세무서는 지난 2017년 8월 서 변호사가 회사와 재단 이사를 겸직한 2014년 사업분에 대해 47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재단은 조세심판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전을 벌였고 결국 패소했다.

재단은 "지배수단으로 악용할 의도가 없었고, 공익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단이 2014년 사업연도에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점은 명백하다"며 "재단이 증여세 납세의무가 없다고 잘못 판단한 것은 단순한 오해에 불과하고, 재단이 납부 의무를 게을리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성실공익법인=운용소득의 80% 이상을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고, 출연자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재단 이사진의 20%를 초과하지 않으며, 자기 내부거래는 물론 광고·홍보 등을 하지 않는 공익법인을 말한다. 성실공익법인은 발행주식의 10%까지는 상속세 및 증여세가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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