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된다'는 논거를 잘 보여주는 본보기가 하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권의 몰락을 가져오거나 치명상을 입힌 사람은 권력자가 가장 총애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대통령이 가장 아끼고 애지중지한 이들이 정권을 쓰러뜨리거나 기울게 했다. '정권의 적(敵)은 대통령 지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것은 최순실 씨였다. 이명박·노무현 대통령은 형이 문제였다. 이상득 의원과 노건평 씨가 아우인 대통령에게 짐이 됐다. 경쟁자이자 동지인 김대중·김영삼 대통령은 나란히 아들 때문에 정권이 기울었다. '홍삼 트리오'와 김현철 씨가 아버지에게 그림자를 안겨줬다. 박정희 대통령은 심복인 차지철 경호실장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권력 다툼 와중에 총탄을 맞아 서거했고 이승만 대통령은 2인자인 이기붕 의장으로 인해 하야(下野)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총애하는 사람을 꼽는다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첫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2년 넘게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긴 데 이어 곧바로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인사 검증 실패 등 숱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총애는 굳건했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차기 대선주자로 키우려 한다는 진단마저 나왔다.
인사청문회·검찰 수사로 조 후보자가 갈림길에 선 것처럼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로 말미암아 갈림길에 섰다. 의혹들과 검찰 수사에도 문 대통령이 청문회 후 조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느냐,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통해 조 후보자 카드를 접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의 운명이 갈릴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문 대통령과 정권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 정권에 치명상을 입힌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될 것 같다.
사족(蛇足)을 달면 총애의 총(寵) 자와 농단의 농(壟) 자가 매우 닮았다. 용이 갓을 쓰면 총 자가 되고 용이 땅을 딛고 서면 농 자가 된다. 총애하는 사람이 국정을 농단한다는 사실을 선인(先人)들은 일찍이 간파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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