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조국 장관' 임명 위한 의례적 청문회는 안 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두고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다. 가까스로 9월 2~3일 청문회 일정을 잡았지만 조 후보자 가족에 대한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합의가 뒤집어질 판이다. 청문회를 '조국 장관' 임명을 위한 의례적 절차로 만들려다 벌어진 일이다. 여당이 조국 가족에 대한 증인 채택을 거부하는 것은 당치 않다. '가족 사모펀드' 의혹을 비롯해 조 후보자를 둘러싸고 제기된 대부분의 문제 제기가 가족과 연결돼 있다. 그런데도 조 후보자는 이와 관련된 의혹 제기를 '가짜 뉴스'라 맞받으면서도 어떤 구체적인 해명도 내놓은 바 없다. 국민들은 그 가족들로부터 직접 해명을 듣고 싶다. 그 장소는 마땅히 국회 청문회장이어야 한다. 더 이상 '가족 청문회'란 울타리 뒤에 숨을 일이 아니다.

핵심 증인이 빠지면 청문회를 열어도 국민들은 진실에 접할 기회를 상당 부분 잃게 된다. 이미 조 후보자 '가족 사모펀드' 소리를 듣는 핵심 인물 3명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 땅에 남은 증인들마저 청문회장에 세우지 않으면 청문회는 들러리가 된다. 대통령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든지 않든지 간에 어김없이 이를 빌미로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려 들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고위공직자가 벌써 20명이라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후 20여 일간 쏟아져 나온 의혹은 다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오죽하면 검찰이 조 후보자 관련 30여 곳을 압수수색해 수사 중이다.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범죄 혐의를 어지간히 자신하지 않았다면 어림없을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권 인사들이 줄기차게 '마녀사냥'이라며 옹호하고, 수사에 나선 검찰까지 일제히 비난하는 것을 보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겠다는 기류가 더 강한 것으로 읽힌다. 결국 '의례적 청문회' 절차를 두고 여야가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는 셈이다.

고위 공직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법에서 정한 청문회를 그저 요식 절차로 보는 것은 이 정부의 특징이다. 10여 건의 고소·고발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는 후보자를 그 사건을 담당할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겠다는 초유의 일도 그런 특징에서 비롯된다. 청문회를 더 이상 희화화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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