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한국문화선양위원회(위원장 손수여)가 '한국문화선양' 창간호 '그날의 절규, 우리의 빛'(도서출판 그루)을 발간했다. 한국문화선양위원회는 반만년 역사 속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문협 한국문화선양위원회에는 전국 25명의 작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창간호에는 위원 21명의 시 98편과 하청호 부이사장과 강정화 시분과 회장의 초대시 2편을 포함, 100편의 시 작품과 8편의 수필작품(수필가 4명 참여)을 싣고 있다.
손수여 위원장은 "3·1 만세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한국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재창출하는 데 앞장 서기 위해 책을 펴냈다" 며 "한국문협 안에 한국문화선양위원회를 설치한 만큼 한국문학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 전반을 널리 알리고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선양' 창간호는 우리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많이 싣고 있다.
'눈 감고 끌어안고 애면글면하다가/ 천전리※ 암각화의 밑그림에 홀려/ 발자취 따라가다 암벽에 멈추어 섰네/ 짜릿한 피돌기에 전율 느끼며/ 고스란히 남아 있는 부적 같은 흔적에 놀라워/ 먼 세월 견딘 창 던지던 손 잡아보고/ 기다림에 휘어진 등뼈 위무하듯 쓰다듬으며/ 음양각으로 새긴 암호 같은 언약 찾으려/ 퇴적된 강기슭을 파충류처럼 기어간다(하략) -강정화, 천전리 암각화-
유형의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있다.
'먼 길 오느라 애썼다/ 귀경길/ 서두르지 마라/ 너 좋아하는 머위/ 내 무덤 주변에/ 지천으로 심어 놓았으니/ 산꿩 우는 봄날/ 짧은 한나절/ 머위나 뜯으며 한숨 돌리고 가거라/ 사는 게 봄 한나절/ 잠깐이더라' -강학구, 한식날-
그런가하면 김교희 시인의 '무궁화'는 나라꽃에 대한 경배요 찬사다.
'가슴에 빛의 음양을 품고/ 태양과 함께/ 끊임없이 피고 지는 모습/당차고 야무지기도 해라// 키만 멀쑥하게 큰 해바라기도/ 일사병을 앓는 칠월 뙤약볕/ 곰실곰실 웃는 것 봐라// 뼛속 깊이 숨겨진 끈기로/ 악착같이 꽃 피우고/ 까맣게 씨앗 움켜쥔 채/ 천지사방 뻗어가고 있다'
구국의 도시 대구의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도 있다.
'청라언덕 90계단을 오르는/ 달구벌 3·1운동 솔밭길에는/ 바람 소리 지나는 길목이 있다// 우리 눈과 귀를 밝혀 줄/ 곧고 바른 푸른 함성/ 살아 있는 겨레의 바른 숨결// 이상화, 서상돈 영웅들과/ 붉은 벽돌 형무소를 떠나간 시간들/ 뜨거운 눈물의 핏자국으로/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물맴 돌고 있다// 우리가 불러야 할 노래/ 이화 홍익을 꽃피을 뜨거운 목젖/ 무궁화 꽃동산에/ 샘물처럼 감솟아 넘실대고 있다' -김교희, 달구벌 3.1운동길-
이 외에도 49재를 마치고(류순자 시인), 삼전도(맹기호 시인), 안중근 의사가 살아계셨다면(맹기호 시인), 조선낫(진용숙)등을 비롯해 한국문화선양 창간호 표제작이기도 한 '그날의 절규, 우리의 빛(손수여 시인)' 등 우리문화유산과 외세에 대한 저항정신을 담은 작품들을 다수 싣고 있다.
문화유산과 역사, 우리 전통을 소재로 한 작품만 담은 것은 아니다. 순수문학작품도 많다.
'맑은 바람 부는 날/ 붐비는 거리에서/ 그를 만났다/ 우리는 반갑게 손을 잡았다/그가 말했다/-언제 밥 한번 먹자/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인파 속으로 잠겨들었다//-언제 밥 한번 먹자// 수많은 말 속에/ 밥 먹자는 말이 그에게,/ 아직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허망한 기쁨이랴' 초대작인 하청호 시인의 '밥 한번 먹자'이다.
한편 (사)한국문인협회는 1만4,500명 회원, 18개 지회, 181개 지부로 구성돼 있으며, 올해 신설한 한국문화선양위원회를 비롯해 49개 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있다.
※천전리 암각화=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적색 암벽에 새겨진 선사시대 문양들. 시인은 이 암각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이 시를 썼다고 밝히고 있다.
16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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