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예술이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그 시대와 지역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사회적 관습이나 윤리, 도덕적 기준들에 대해 '정말로 그것이 당연한가?' 라는 질문을 던져 왔다. 필자가 올해 초 대구시립극단의 객원 연출로서 무대에 올렸던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라는 작품도 당시에는 당연하고 올바르다고 여겨졌던 여성의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고 그 결과 유럽과 전 세계에서 여성운동이 일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모두가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 일에 대해서 반성을 촉구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자고 외치는 것도 예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지만, 정말로 그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다각도의 질문을 던지는 것도 예술이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인 것이다.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는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주 훌륭한 예술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 예술은 그 이상의 논쟁적인 화두를 사회에 던져야 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애국은 항상 개인의 행복에 우선하는가?',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감과 개별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애국심이 대치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가?', '애국이라는 대의를 내세워 개인의 인권을 제한할 가능성은 없는가?' 끊임없이 당대의 주된 의견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은 없는지 경고하는 것이 예술의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당대의 올바름을 넘어서는 문제제기는 그 사회가 얼마나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라는 부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일본 정치권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상황일 때는 한일 양국의 관계에 대해 여러 각도의 주제를 다루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적반하장으로 행동할 때는 '일본의 경제 침략에 맞서 우리나라를 지키자'는 방향성 이외의 이야기는 다루기가 어렵다. 예술의 주제가 심각하게 제한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앞장서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 조금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안 그러면 죽을 때까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이웃 간에 화목하자는 주제의 이야기만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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