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여행을 할 수 있는 지역들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부터 남아메리카, 시베리아, 아프리카 지역까지 여행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극지방여행은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 현실. 이제는 남극은 물론 북극권 여행도 일반 대중에게 문을 열고 손짓을 하고 있다. 100여 개국 5대양 6대륙주 안 가본데가 없는 여행가 안용모(64) 씨가 최근 남극과 북극을 다녀왔다. "바로 눈 앞에 서있는 빙산, 펭귄, 하얀 북극곰과 고래, 순록 등의 극지방에서만 사는 야생동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에너지를 얻기에 충분했다"면서 "그러나 빙하가 녹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은 환경보전이란 또하나의 숙제를 안고 왔다"고 했다.

◆수억년 시간의 기억을 품은 펭귄이 주인인 땅, 남극
안용모 여행가는 지난 1월 11일부터 28일까지 남극을 다녀왔다. "20대부터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하고 '신비의 대륙' 남극은 또다른 동경의 세상이었다. 날씨가 도와줘 네 번째 도전 끝에 이번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여행가는 '세상의 끝'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최남단 티에라델푸에고 주의 주도 우수아이아에서 쇄빙선을 타고 드레이크 해협(남아메리카와 남극 대륙 사이에 위치한 바닷길)을 지나 남극땅을 밟았다. "드레이크해협은 물살이 빠르고 파도가 센 곳으로 좀처럼 뱃멀미를 하지 않은 제가 모진고초를 겼었다"고 회고했다.
쇄빙선으로 4박5일 항해 한 끝에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섬에 발을 디뎠다. "1981년 세계여행을 시작으로 38년 만에 이곳 남극에 갔다. 유빙을 보는 순간부터 눈물이 났다. 20대에 목표했던 모든 것을 이루는 순간이었다"며 당시를 감격을 표현했다.
남극에 머문 시간은 8일. 접안 시설이 없어 쇄빙선에서 묵으며 조디악(고무보트)을 이용해 접안한 뒤 여행했다. 한여름이지만 기온은 영상 5℃. 하지만 밤이면 체감온도는 영하 20℃가 넘어 추위와 바람과 싸워야 했다.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의 끝 남극. 한반도의 62배 거대한 대륙에 전세계의 90%얼음이 있다. 빙하가 갈라진 깊은 크래바스는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는 곳이다. 평균 2천m가 넘는 빙하의 두께는 수 십만년 동안 내린 눈은 단단한 빙원이 되어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하고, 극저온으로 수분이 공기 중으로 증발되지 않는 하얀 사막 같았다.
북극의 주인은 곰, 남극의 주인은 펭귄이다. 원없이 펭귄을 봤다. 남극에 발을 디디니 펭귄들이 환영을 하고 도망을 가지 않고 오히려 이방인인 안 여행가에게 다가왔다.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상륙했는데도 전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이곳은 그들이 주인인 땅이니까". 남극의 상징으로 가장 큰 황제 펭귄도 수없이 봤다. 고래도 세 번이나 목격하는 행운을 누렸다.
안 여행가는 남극은 오염되지않은 유일한 자연환경이라고 했다. "남극은 인간이 모방하거나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지상에서 유일한 자연환경으로 거의 훼손이 되지 않았고, 또 연구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크다"며 "우주가 준 신비한 보물 같은 대륙을 지구환경으로부터 잘 보전해야만 지구가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여행가는 '남극탐험' 수첩 한켠에 적어놓은 버킷리스트 한 줄을 지웠다.
◆북극 곰이 사는 북극

북극은 지난 7월 19일부터 8월 12일까지 여행했다. 노르웨이 오솔로와 트롬쇠를 거쳐 도착한 곳은 바로 우리나라 북극기지인 다산기지가 위치한 '차가운 해안'이라는 의미를 가진 스발바르 제도다. 이곳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2천㎞,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1천100㎞ 떨어져 있는 제도로, 지구 최북단의 인간 거주지다. 북극점과 연결되어 북극점까지 가는 이들에게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다.

북극 스발바르 제도의 거주자는 2천600여 명 정도, 이들 모두 롱이어비엔이라는 지역에 거주한다. 트랩에서 내리자 극지 도시답게 모든 것이 낯설고 독특한 풍경이 펼쳐졌다. 방한복으로 갈아입고 호텔에는 히터를 가동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시내 외곽으로 나갈 때나 마을 밖으로 나갈 때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총을 휴대한다. 북극곰이 때론 사람을 해치기 때문이다.

북극 탐험을 시작한 7박 8일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빙산과 하얀 북극곰, 푸른고래, 순록 등의 북극권에 사는 야생동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되었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북극곰과 해안가에서 햇볕을 쐬며 누워있는 바다표범, 짧은 여름철에 나는 풀을 찾아서 먹는 순록, 그리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북극권의 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바다새는 감동을 더했다.
그 가운데 북극권의 대표적인 동물은 북극곰이다. 북극곰은 수영능력이 뛰어나 먹이가 되는 동물을 찾아 바다를 헤엄친다. 안내자는 "지구 온난화로 빙산이 녹아 먹잇감이 부족해 북극곰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짧은 체류기간 탓에 북극곰의 사냥 장면을 관찰할 수는 없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북극해의 얼음 숲 피요르드(fjord.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는 신비와 경이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북극에는 '노아의 방주'가 있다. 노아의 홍수처럼 큰 재앙이 닥쳐도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농작물의 씨앗을 보관하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가 바로 그곳이다. 국제종자저장고가 스발바르에 자리잡게 된 이유는 이곳이 지진이 나지 않아 안전하고, 자연 방사능이 없어 돌연변이 위험이 낮으며, 춥고 건조해서 종자를 보관하기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 중턱 해발 130미터에 있어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더라도 물에 잠길 염려가 없다.
북극해에 매장된 석유, 천연가스와 광물, 수산자원 등 북극의 잠재적 가치도 확인했다.
안 여행가는 '북극탐험' 수첩 한켠에 적어놓은 버킷리스트 한 줄도 지웠다.
◆(박스)여행 메모.
"이제 남극과 북극을 다녀와서 5대양 7대륙주를 다 발을 디뎠습니다."
안용모 여행가는 82년 알래스카를 시작으로 아프리카의 종주와 횡단 시베리아횡단열차여행, 중국의 칭창열차, 아프리카의 블루트레인 그리고 뱅글라데시와 인도, 남북 아메리카, 중남미의 멕시코, 과테말라, 쿠바 등을 다녀왔다.
안 여행가는 혼자 여행을 떠나고, 또 자신만의 여행수첩을 여행의 목적이나 기간에 관계없이 한권의 책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자신에게 여행엽서를 보내고 여행자 뿐만아니라 현지 주민도 함께 행복한 착한여행, 공정여행을 하려고 노력한다.
다녀와서는 여행정보를 공유하고 전문분야를 학회지에 기고하고 발표한다.
여행를 하는 이유에 대해 안 여행가는 "여행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신비로운 자연을 느끼며 내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과 바른 공부를 시켜 주는 것 같다. 그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서 떠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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