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침산동 경상여고에서 2일 오전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 냄새가 발생, 74명의 학생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학교 측은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 수가 갈수록 늘어나자 이날 오후 2시 50분부터 전교생을 귀가 조치했다.
애초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소방과 경찰, 가스안전공사, 대구지방환경청, 영남특수구조대 등 126명이 출동해 학생 이송 및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결국 냄새의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곳은 경상여고 강당. 그동안 이 학교 학생들이 교실 혹은 운동장 등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을 수차례 제기해온 것과 달리, 이날은 창문이 모두 닫힌 채 에어컨이 가동되던 강당에 있던 학생들이 집단으로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을 보임에 따라 소방·환경 당국은 실내외 다각도로 유해물질 발생 가능성을 살폈다.
일각에는 강당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과학실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2차례에 걸친 감식 결과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만약 학교 내부 혹은 가까운 곳에서 가스 유출이 있었다면 바닥에 낮게 깔리는 가스의 성질상 강당 2층에 있던 2학년 학생들의 피해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정황으로 미뤄 강당 외부에서 유해물질 혹은 가스 성분이 저기압으로 인해 날아온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경상여고는 2017년 9월부터 지속적으로 악취로 인한 민원을 호소해 왔다. 특히 그해 9월 22일과 28일에는 학생 105명이 두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이후 대구환경청과 시교육청, 북구청 등은 악취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20여 차례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지만 매번 원인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 또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과 북구청도 인근 3공단 등의 화학물질 제조업체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한 업체가 악취물질 배출기준을 8배 이상 초과한 것을 확인해 개선권고한 것이 전부다.
대구시교육청은 2중창을 설치하고, 공기순환기 36대와 공기청정기 100대를 보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고3 수험생을 둔 한 학부모는 "공부에만 매진해도 체력이 달릴 수험생 딸이 이런 좋지 못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교육·환경당국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일이 아니라 하루빨리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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