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현실로 드러난 강사법 부작용, 근본 대책 급하다

취지와 현실이 엇갈리는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야말로 현 정권의 전매 특권 같다는 느낌이 든다. 강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역설적으로 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칼이 된 것도 그 극명한 사례이다. 이번 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간 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최소 1년 이상 임용을 보장하면서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이미 대학가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대량 해고가 예상되었다. 실제 그랬다. 강사법이 시행되자 시간강사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구·경산권 4년제 대학 9곳의 경우 올 1학기 시간강사 수가 2천5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이상 급감했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기간 399개 대학 강사 재직 인원이 1만 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2학기 들면서 대학가는 적잖은 몸살을 앓고 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느낀 대학들이 강사들을 해고하고 강의 수를 대폭 줄이는 바람에 학생들의 강의 선택 폭만 줄어들었다. 다양한 내용의 소규모 강좌가 줄고 대규모 강좌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전임 교원과의 미묘한 신경전이나 눈치 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교수들이 자칫하면 강의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아예 폐강을 해버리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 불이익은 모두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취지가 좋다고 해서 결과까지 좋을 것으로 믿는 것은 비현실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게 이번 강사법 시행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우선 강사법을 연착륙시키려면 시행 과정의 문제점부터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일부 강사들을 선발해 1년간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의 미봉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시간강사 문제는 한두 가지 임시 처방으로는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오랜 숙제이기 때문이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깊이 살펴보는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