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산을 놀이터삼아 일터삼아 살다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 알고 실천하는 것 같습니다. 산림분야에 제가 배우고 익힌 것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가을비가 우두둑 떨어지는 2일 오후 경북 청송군의 한 식당에서 권병섭(63·매일신문 청송군 자문위원) 전 한국임업후계자협회 중앙회장을 만났다. 올해는 예년보다 추석이 빨라 가을걷이에 대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하던 권 회장은 송이에 대해 걱정을 늘어놓았다.
그는 "추석맞이 송이는 보통 한 달 전쯤 비가 100㎜ 이상 와야 포자가 잘 형성되는데 그쯤 청송에는 비가 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다고 하니 그나마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달에 30℃ 이상 낮 최고 온도가 이틀간 지속되면 올해 송이 농사도 끝"이라고 걱정했다.
2017년 11월 (사)대한민국명인회는 특용작물 중 '송이' 부문 명인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그는 "40년 동안 송이를 연구한 나로서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라고 꼽았다.
권 회장은 주왕산국립공원 내에 있었던 내원마을 출신이다. 국립공원이 지정되면서 사라진 동네가 내원마을이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산이 내 놀이터였고 산에서 나는 모든 것이 나의 간식이었다"며 "특히 송이는 누구보다 잘 찾아냈고 먼발치에서도 그 냄새로 나는 곳을 찾아낼 정도였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1980년대, 20대의 나이로 송이 채취와 임산물 재배를 시작했다. 고향의 동년배들은 당시 담배와 고추, 사과 등을 주로 농사지었는데 권 회장 혼자 산에 올랐다.
그는 "자연에서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어릴 때부터 생각한 것이 그대로 내 삶이 됐다"며 "약치고 비료 주는 농사는 내 적성에 맞지 않았고 내 방식이 꼭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2002년 송이 입찰을 처음 시작한 권 회장은 2010년 하루 1t 정도 송이를 생산하는 부농 임업인이 됐다. 또한 2005년부터 우산 고로쇠나무를 7년 동안 1만 그루를 심었고 참두릅과 개두릅, 노지 표고버섯 등을 자연 그대로 재배하며 현재 100ha 정도의 대규모 임산물 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임산물 맛에 반한 수도권 고객들은 철마다 그에게 청송 임산물 구매를 요청하고 있다. 송이 철에는 하루 400개가 넘는 물량이 주문될 때도 있다. "산이 경쟁력"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40년 동안 몸소 그 결과물을 냈고 현재는 전국 임업인 억대 부농 중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성공한 임업인이 됐다.
그는 "내가 이룬 모든 것을 남들에게 전해주고 싶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임산물 분야에 눈을 돌렸으면 한다. 이곳에 미래는 무궁무진하다"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지금도 자신의 신념대로 전국 곳곳을 다니며 임산물 특강에 매진하고 있다. 임산물에 대한 그의 믿음과 우직함 때문에 2015년 임업인들의 단독 추대로 한국임업후계자협회 중앙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권 회장은 "젊은 권병섭이 임업을 시작했을 때 아무것도 없었지만 날개를 펼칠 큰 무대에 대한 기대만큼은 확신이 있었다. 청송군의 면적 중 82%가 여전히 산림이다. 지금 시작해도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곳이 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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