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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친소] "출근 하자마자 손님 귀염 독차지" 입사 2년만에 카페 마스코트 등극

이름 : 앙꼬 / 견종 : 시바견 / 나이 : 2살 / 성별 : 암컷 / 취미 : 손님 응대

삼덕동에 위치한 카페 앙코르의 막내 직원 앙꼬. 임소현 기자
삼덕동에 위치한 카페 앙코르의 막내 직원 앙꼬. 임소현 기자

카페가 훤히 보이는 넓은 통유리창 너머 고소한 커피향과 달큰한 빵 냄새가 풍겨온다. 초록빛 식물 화분들이 쭉 늘여진 출입문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모양으로 배치된 테이블과 의자가 안정감을 준다. 테이블 아래 바닥에 엎드린 채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시바견 한 마리가 보인다. 쭉 찢어진 눈, 삐죽삐죽 난 갈색 털, 위쪽으로 돌돌 말린 통통한 꼬리가 가히 치명적이다. 대구 삼덕동에 위치한 카페 앙코르를 운영 중인 이현욱 씨는 2년 전 앙꼬를 신입 직원으로 채용했다. 간식 값이라도 스스로 벌어보라며 가볍게 데려오기 시작한 앙꼬는 어느새 카페 앙코르의 없어서는 안 될 마스코트가 됐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매일 출근하는 앙꼬. 임소현 기자
평일 주말 상관없이 매일 출근하는 앙꼬. 임소현 기자

◆입사 2년 차 모범 직원

'우리 집 애들은 지금 뭐 할까?'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가져봤을 궁금증. 주인이 출근한 이후 하염없이 문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반려견의 수가 100만이 넘는다고 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이 수 또한 더 늘어날 것이다. "앙꼬 걱정에 개업 며칠간은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 집에 혼자 있으니 자꾸 짖고 울고 하는 앙꼬 때문에 동네에서 민원도 많이 들어왔다. 적응 될때까지 몇 번만 데려와보자 했던 앙꼬의 외출, 아니 출근은 2년째 계속되고 있다.

앙꼬는 평일 주말 상관없이 매일 출근한다. 혹자는 노동법에 걸리지 않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물론 카페 일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간단한 커피 배달이라도 가능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그러진 못한다. 그럼에도 앙꼬는 앙코르의 훌륭한 막내 직원이다. 손님이 들이닥쳐 모두가 예민한 시간, 자박자박 소리를 내며 슬그머니 와서는 멀뚱 멀뚱 쳐다본다. 바쁘니까 저리 가라고 몇 번 실랑이를 하다 보면 스르륵 일 생각이 사라지고 웃음이 난다. 직원 회의 시간에는 갈등 중재자 역할도 한다. 신메뉴 이름을 두고 고민하는 직원들 사이로 슬쩍 머리를 들이민다. 그러고는 "고민을 왜 해? 이거 해 그냥"이라는 눈빛으로 한 가지를 턱 골라준다. 구수한 향이 날 것만 같은 두툼한 발로 말이다.

이런 앙꼬도 가끔은 일탈을 한다. 월요병을 앓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출근 뒤엔 푸지게 잠만 자고, 멍하니 창밖 구경만 한다. 다른 회사 같았으면 시말서 몇 장은 쓰고도 남았을 상황이지만, 직원들은 이런 앙꼬의 행동이 마냥 귀엽다. 모범사원 앙꼬에게 한 번씩 찾아오는 회사병. 이 불치병엔 산책만이 약이다. '척하면 척' 호흡을 자랑하는 앙꼬와 직원들은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삼덕동 이에 커피에 근무 중인 보리 언니와 인사하는 앙꼬. 임소현 기자
"주스 한 잔 어때요?" 손님 응대에 도가 튼 앙꼬. 임소현 기자

◆명실상부 매출 일등공신

가게 한 켠 마련된 방명록은 앙꼬 화보집을 방불케한다. 연필로 쓱쓱 그려낸 간단한 크로키부터 없는 재료 총동원해 색깔 입힌 고퀄리티 그림까지. 앙꼬를 그려내는 손님들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맛볼 수 있다. 보통 음식점 방명록이라 치면 "잘 먹고 갑니다"라는 상투적 문구로 가득해야 할 테다. 하지만 카페 앙코르의 방명록은 온통 앙꼬 이야기다. "내 강아지 하자"는 박력 넘치는 프러포즈부터 "집 문서 줄게"라는 다소 위험(?)한 고백까지. 앙꼬를 향한 손님들의 애정은 넘치다 못해 줄줄 흐른다.

손님들의 성화에 보답이라도 하듯 앙꼬도 몇 번 본 손님은 잊지 않고 환대한다. 너무 좋아하는 손님이 다녀 간 날엔 짧은 만남이 아쉬운지 하루 종일 울기도 한다. 한편 손님들은 앙꼬의 간택을 받고자 갖은 수를 다 쓴다. 끌끌 혀를 차고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는 걸로 모자라 손짓 발짓 엉덩이짓(?) 까지 해대며 앙꼬 시선을 집중시킨다. 일부러 앙꼬를 보러 찾아오는 손님까지 생겼으니, 명실상부 매출 상승에 일등 공신이 돼 버렸다.

"앙꼬가 짖지 않아 순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짜증도 많고 예민한 강아지다" 시바견은 우리가 생각하는 애교 많고, 사람 손 잘 타는 반려견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불러도 잘 오지 않고, 만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다소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견종이다. 카페 앙코르 메뉴판을 펼치면 음료나 베이커리류 소개보다도 먼저 앙꼬 주의사항이 나열돼 있다. '밥 먹을 땐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쉬고 있을 땐 멀리서 지켜봐 주세요' 강아지와 손님의 공존을 위해 현욱 씨는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삼덕동 이에 커피에 근무 중인 보리 언니와 인사하는 앙꼬. 임소현 기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직장

음식점을 고르는 기준은 맛과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SNS에서 유명세를 타는 '맛집'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바로 음식점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는 사랑스러운 동물들. 대구 삼덕동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귀여운 마스코트견을 만나볼 수 있다. 리트리버 보리가 있는 이에커피, 하얀 시바견 영구가 있는 오렌지시티. 강아지 직원들은 서로 가게를 오가며 친목을 도모한다. 가게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 같기도, 신메뉴 개발이 힘들다는 푸념을 늘여놓는 것 같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반려동물을 허용하는 직장이 늘어나고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굴지의 외국 대기업은 이미 반려동물과의 동반 출근을 허용한 상태다. 실제로 직원과 반려동물이 함께 출·퇴근하면 업무능력이 상승된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외에서 많이 입증됐다. 반려동물을 함께 기르는 것도 직원 복지의 일환이며 직원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앙꼬가 입사한 후 직원들 간에는 대화가 부쩍 많아졌다. '앙꼬' 라는 공통 대화 주제가 생긴 것. 어쩌다 한가한 오후가 되면 다 같이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는 손님을 어떻게 응대했는지, 퇴근을 빨리하기 위해 어떤 꼼수를 부렸는지. 에피소드는 끝이 없다.

현욱 씨는 최근 개업 2주년을 맞아 대구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 '한나네'에 사료 후원을 했다. 앙꼬가 받은 사랑을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카페를 방문해 준 모든 손님들과 함께 한 후원이라 생각한다. 비록 적은 양의 사료지만 (앞으로도) 어떤 방법으로든 앙꼬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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