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구역질 난' 조국 간담회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씨를 둘러싼 논란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지 싶다. 숱한 의혹들과 야권 반발, 검찰 수사는 물론 임명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과 상관없이 조 씨를 장관으로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애초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우롱한 조 씨의 허무맹랑한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이 같은 확신은 더 굳어졌다.

형식과 장소, 내용과 시기 등 문제투성이 기자간담회는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 판은 문 대통령이 깔았다. 조 씨와 가족 관련 의혹이 쏟아졌고 검찰 수사가 시작됐는데도 문 대통령은 한마디도 않다가 뜬금없이 대입제도·청문회를 걸고넘어졌다. '조국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물타기를 했다. 이에 발맞춰 조 씨는 기자간담회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나팔수 역할을 했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국민 반발을 조금이나마 줄이려 조 씨와 문 대통령·여당이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의혹들에 대해 조 씨는 부인하고 일방적 주장을 폈다. 대답의 9할이 '모른다' '관여한 적 없다'였고 교수답게 박학다식을 자랑했다. 딸과 관련해 울컥한 것을 두고 '악어의 눈물'이란 비아냥까지 나왔다. "국민은 역겨움을 느낀다"는 한 야당의 평가에 공감이 갔다. 조 씨가 책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한 문구에 빗댄다면 '구역질 난' 기자간담회였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여당 등 집권 세력이 총동원돼 '조국 구하기'에 나선 까닭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조 씨를 지키면 중도세력 지지율 5~10%를 잃지만 조 씨를 버리면 결집층 20~25%가 공중분해된다는 셈법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흘러나온다. '조국이 곧 문재인'이고,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반일(反日) 주역인 조 씨가 꼭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고비를 넘기면 조 씨가 단숨에 전국구 인사로 무게감을 키워 대권주자가 될 것이란 계산도 깔렸다.

국민 반대에도 문 대통령은 조 씨의 장관 임명을 강행할 전망이다. "조국 하나 지키자고 노무현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팽개치고, 고작 조국 하나 지키자고 촛불 국민을 버릴 셈이냐"는 야당의 고언(苦言)은 땅바닥에 처박힐 것이다. 나폴레옹은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 사전(辭典)엔 '국민'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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