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016년의 대한민국을 기억한다. 시간이 흘렀고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제도적인 정비는 미흡하고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는 그들만의 리그는 무너지지 않는 듯하다…(조국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물론) 고위 공직자 자제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라. 이러한 사태가 과연 이번 후보자만의 문제겠는가. 이미 존재하는 그들의 카르텔에 대한 전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8월 26일 발표한 경북대총학생회 성명)
준엄한 경고다. 이 성명은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왔다. 이화여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풍자도 곱씹어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자더니, 우리는 그냥 평생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라는 거냐." 이는 조 후보자가 2012년 트위터에 올린 글에 대한 비판이다. 당시 조 후보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에 빗대어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청년의 가슴을 부풀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의혹은 풀리지 않았고,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대통령은 임명을 고심하고 있다. 조국 사태는 진영 간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됐다. 이를 바라보는 세대와 계층 간의 간극도 크다.
조국을 둘러싼 의혹은 청년과 서민에게 큰 상처를 줬다. 불법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내면 된다. 하지만 청년과 서민의 절망과 분노는 어쩔 건가. 조국 사태는 '정의' '공정' '평등'에 대한 기대를 짓뭉개버렸다. 가진 자의 기득권이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보수나 진보나 도긴개긴"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불법이 아니면 특혜를 누려도 상관 없다는 이기심이 세상을 지배할까 두렵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들만의 리그'의 연작이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자녀 입시비리 및 취업청탁 ▷논문표절 ▷탈세 등은 청문회 세트 메뉴다. 청문위원으로 후보자를 이런 의혹으로 공격하던 사람이, 훗날 후보자가 돼 같은 의혹으로 추궁을 받는 부조리를 너무 많이 봤다.
사회 여론을 이끈다는 지식인과 유력 인사들은 또 어떤가. 낮에는 재벌과 부자들을 비판하면서, 밤에는 자신의 이익 궁리에 바쁘다. 이런 아수라판 속에서 서민과 약자들은 아등바등 살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자본을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으로 세분했다. 경제자본은 부동산, 현금 등을 말한다. 문화자본은 가정교육과 가정환경으로 획득한 일체의 것을 뜻한다. 사회자본은 인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총체다. 이들은 따로지만, 상승작용을 해 자본을 확대한다. 부르디외의 이론은 부의 세습, 소득 양극화,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및 건강 격차 등의 사회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최근 출간된 '20 vs 80의 사회'가 회자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가 쓴 이 책은 한국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자는 미국 사회 20%인 중·상류층이 대입·부동산·인턴제도 등을 중심으로 '기회 사재기'를 통해 불평등을 대물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신도 20%에 속한다고 한 저자는 "(중·상류층이) 이기심을 희생해야 한다"며 각성을 촉구한다.
조국 사태는 큰 숙제를 안겼다.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로남불은 적폐다. '내 안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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