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정보화진흥원 "우호적인 직원·부서 알려달라"

“원장 직속 경영기획실에서 우호적인 직원과 부서 조사, 뒤집으면 블랙리스트” 노조 5일 대의원대회 소집
사측 “조직문화 개선 차원에서 실시한 설문, '화이트리스트' 있을 수 없는 일” 해명

한국정보화진흥원 전경. 매일신문DB
한국정보화진흥원 전경. 매일신문DB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하 진흥원)이 최근 원장 직속부서인 경영기획실에 우호적인 직원과 부서를 파악하는 비공식 설문을 실시해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설문을 실시한 것이 오해를 샀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다수 직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진흥원 노동조합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진흥원 경영기획실은 지난 2일 오후 소속 직원 약 150명을 대상으로 '경영기획실에 우호적인 직원과 부서를 조사해 업무에 참고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문항 4개는 ▷귀하께서 업무 진행시 우호적, 협조적 업무태도로 도움을 주었던 타사업부서 직원이 있습니까 ▷그 직원 이름은 무엇입니까 ▷협조적인 본부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본부는 어디입니까 등이다.

설문은 경영기획실 소속 직원들에게만 문자메시지로 전송됐으나 타부서 직원들에게도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경영기획실은 원장 직속 부서로 인사평가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 A씨는 "일종의 화이트리스트를 만든 셈인데, 이것을 뒤집으면 블랙리스트가 된다"며 "기획실의 인식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다른 직원은 "사측은 조직문화 개선 차원에서 실시한 설문이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왜 대상은 경영기획실 직원뿐이고 반나절만에 급하게 조사를 마감하느냐"며 "설문조사 점수가 낮은 부서나 인원은 낙인 찍힐 게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흥원은 지난달 26~30일에도 조직문화 인식을 묻는 '복무제도 인식조사' 설문을 실시하면서 부서, 나이, 고용형태 등을 기재하게 해 논란이 일었다.

전만환 한국정보화진흥원 노조위원장은 "다수 노조원들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5일 노조 대의원대회를 통해 공식 입장을 정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경영기획실이 직원 복지나 청사 관리 등의 업무를 겸하고 있는데, 담당 직원들의 고충이 커서 설문을 실시했다. 5일 직원 워크숍을 앞두고 급하게 진행하다 오해를 샀다"며 "경영진에 우호적 직원을 선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설문 내용이 간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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