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4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하면서 홍콩 시민들의 지난했던 투쟁이 결실을 보게 됐다.
4일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입법회 의원,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등 친중파 진영과 회동한 자리에서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날 오후 6시 미리 녹화된 TV 연설을 통해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 송환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로 159명이 체포됐던 것을 생각하면 사태의 급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초부터 이달 2일까지 홍콩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의 수는 무려 1천18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송환법 공식 철회를 끌어낸 주역은 다름 아닌 88일의 지난한 투쟁을 벌여온 홍콩 시민들이다. 지난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벌인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홍콩 시민은 이에 굴하지 않고 우산 혁명 때보다 더 긴 88일의 투쟁을 이어갔다.
송환법 반대 시위는 지난 6월 9일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의 홍콩 시민이 모여 "송환법 철폐"를 외친 빅토리아 공원 집회를 시발점으로 본다. 이는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뒤 일어난 최대 규모 시위였다. 예상 밖으로 거센 민심의 분노에 놀란 캐리 람 장관은 6월 15일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밝힌 데 이어 7월 9일 송환법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지난 7월부터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빚는 일이 반복되면서 시위가 점차 폭력적인 양상으로 바뀌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 청사 난입 기물 파손, 중국 국가 휘장 훼손, 경찰의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 발사로 인한 시위대 실명 위기, 홍콩국제공항 점거 사태 등 격렬하게 번져갔다.
이에 중국 중앙정부는 무력개입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홍콩 정부가 행정장관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사실상의 계엄령인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적용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결국 이날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공식 철회 선언으로 홍콩 시민들로서는 지난 2013년 국가보안법 반대 투쟁에 이어 두 번째의 승리를 맛보게 됐다. 지난 2014년 '우산 혁명'의 실패 이후 실의에 빠졌던 홍콩 시민들은 이제 '제2의 우산 혁명'의 승리로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한 작지 않은 희망을 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위 사태로 노골적인 반중국 정서와 함께 일국양제(1국가 2체제)의 불안정성이 드러났다는 점은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특구 정부에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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