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주장 강민호 '잡담 견제死'가 의미하는 것은?

'엄격한 듯 자유로운' 삼성 전통의 라커룸 문화가 거의 사라져
내년 '끝판왕' 오승환의 복귀가 희망될까

지난 3월 2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홈 개막전에서 삼성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3월 2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홈 개막전에서 삼성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Is losing fun?"

영화 〈머니볼〉에서 빌리 빈(브래드 피트) 단장은 패배 직후 라커룸을 찾는다. 선수들이 노래 소리에 춤추는 모습을 목격한 그는 분노에 휩싸이며 음악을 끈다. 일순 정적이 흐르자 바닥에 방망이를 내동댕이치며 말한다. "지니까 신나? 지는 건 이런 소리야."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총 71차례 패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은 오늘 패배는 오늘로 끝내고 내일의 승리를 다짐했을 수 있다. 다 잡은 경기를 내준 날에는 서로 말 한마디 섞지 않았을 수 있다. 아니면 영화 〈머니볼〉의 장면까진 아니더라도 웃고 떠들었을 수도 있다.

최근 야구장 안팎에서는 삼성의 '위닝 스피릿(winning spirit)' 실종 이유를 달라진 라커룸 분위기로 꼽는 이가 많다. 2010년대 초중반 구가한 삼성 왕조의 산증인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승리를 부르는 삼성 특유의 라커룸 문화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역대 감독의 성향에 따라 변화는 있었지만 삼성 클럽하우스는 '엄격한 듯 자유로운' 전통이 있었다.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는 전자를 앞세웠고, 느슨하게 풀 필요가 있을 때엔 후자에 무게를 뒀다. 이를 적절히 조정하는 건 고참 선수의 몫이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시작된 베테랑들의 급속한 이탈은 과거와는 다른 라커룸 문화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오승환, 배영수, 권혁, 박석민, 임창용, 안지만, 최형우, 차우찬, 이승엽 등 삼성 왕조의 투타 주역들이 차례로 삼성 유니폼을 벗었다.

전력 보강에 나선 삼성은 우규민, 이원석, 강민호 등 중고참 외부 FA 영입을 택했다. 이에 발맞춰 지난해부터는 '뉴 블루! 뉴 라이온즈!(New Blue! New Lions!)'라는 새 캐치프레이즈도 발표했다. 새롭다는 것을 두 차례나 강조할 만큼 혁신을 앞세웠다.

불행히도 외부 수혈을 통한 리빌딩의 결과는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클럽하우스의 리더격인 이들 외부 FA 3인방이 삼성이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될 '전통의 라커룸' 문화를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나온 주장 강민호의 이른바 '잡담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 중 상대 선수와 잡담을 나누다가 견제사를 당한 모습으로 선수단 내 엄격함은커녕 최소한의 분위기도 잡혀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0월 31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3 KBO리그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6차전 9회초에 삼성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2013년 10월 31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3 KBO리그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6차전 9회초에 삼성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내년 '끝판왕' 오승환의 복귀는 불행 중 다행이다. 전력 상승 효과에 더해 사실상 끊어졌던 삼성 라커룸의 전통도 다시 소환시켜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삼성팬들이 오승환의 복귀를 열렬히 바랐던 것 역시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승리의 기쁨보다 패배의 아픔이 더 오래간다'는 말에 선수보다 팬들이 더 공감하는 듯한 지금의 상황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삼성이 한 달 남짓 남은 경기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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